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뒤엎고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 이후 이건호 행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연합뉴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뒤엎고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 이후 이건호 행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연합뉴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확정 이후 4일 사임했다.

이건호 행장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행장의 전격적인 사임은 이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중징계(문책적 경고)로 상향 조정한 데 따른 것.

이날 결정은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충분하다는 지난달 22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내용이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로 구분되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는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문책경고라도 임기는 보장되지만, 이제껏 관례를 봤을 때 최고경영자가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으면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 행장의 전격적인 사임 결정은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제기한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결정이었다는 소신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 4월 은행 주 전산기를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기로 결정했으나, 이 행장의 문제 제기 등으로 관련 보고서의 허위 조작 등이 드러나 금감원이 KB 임직원들에 대해 대규모 징계를 내렸다.

이 행장은 앞서 "세월호가 출항하기 전에 배가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출항을 막았다면 이것이 잘못된 행동인가"라며 "은행장의 직을 걸고 이것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 행장의 사퇴로 함께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자진 사퇴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두 사람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지만,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임 회장의 징계는 이달말쯤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된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위 결정이라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만큼 임 회장의 사퇴 여부는 아직 논하기에 이른 시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KB 내분 사태의 한 당사자였던 이 행장이 사퇴함에 따라 나머지 당사장인 임 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