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EU, 양적완화 2년] 일본, 소비세 인상 역풍에 2분기 경기 '싸늘'
일본 경제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일본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소비세 인상 역풍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낮은 -6.8%(연율 기준)에 머물렀다. 3분기에 기대만큼 성장률이 회복되지 못하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아베겟돈’(아베노믹스 실패에 따른 경제혼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행(BOJ)은 2012년 9월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중앙은행(Fed)에 이어 채권매입기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양적완화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4월에는 2012년 말 기준 138조엔 규모인 시중자금 공급량을 올해 말까지 270조엔으로 두 배 늘리는 양적완화에 들어갔다. BOJ는 지금도 월간 약 7조엔 규모의 국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일본 금융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2012년 9월 이후 작년 말까지 엔화 가치가 34% 하락하는 동안 닛케이225지수는 78% 뛰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일본의 성장률은 연율기준 5.2%와 3.4%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4엔대까지 떨어졌지만 닛케이225지수는 작년 말보다 5%가량 하락했다. 장기 국채 금리도 하락세(국채가격 상승세)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경기가 싸늘하게 식어 버린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8일에 나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에 대한 8개 민간연구소의 추정치가 -7.2%까지 떨어졌다고 2일 보도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일본 경기에 대해 “완만한 회복 기조에 있다는 판단은 기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일본 경제가 3분기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7, 8월 지표들이 예상보다 부진해 성장률이 전망치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OJ가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