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새정치'…강·온파 '막말 충돌'
장외투쟁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막말 설전(舌戰)’이 난무하고 있다. 여당을 향한 것이 아니라 같은 당 동료 의원끼리 ‘자중지란’하는 모습이 구심점이 없는 당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학 비리 비호하는 여당 대표에겐 침묵하고 세월호 투쟁하는 야당 대표에겐 총질 해대는 야당 의원들을 전문용어로 (새누리당의) ‘빨대’라고 하고 영어로 ‘스트로(straw)’라고 한다”며 “빨대 의원님들, 잘 빨아주네요. 빨대 의원들은 총질을 중단하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장외투쟁 반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이찬열 의원은 기자들에게 “그런 놈들이 어디 있느냐, XX들이…”라며 “자기가 하면 다 맞고 남이 하면 빨대냐, 자기는 뭐 ‘빨통’인가”라고 받아쳤다.

한 초선의원은 이날 밤 새정치연합 정책의원총회가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가며 “지X한다. 지금 (당이 정책의총하고) 그럴 때인가”라며 “오늘 장외투쟁 반대한 이들이 한 얘기로 논의한다고 하는데, 내가 다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절충하는 것이 아니라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투쟁하듯 독설을 퍼붓는 장이 되곤 한다. 다른 의견이 나오면 상대를 향해 야유를 쏟아내기도 한다. 중도 성향의 한 수도권 4선 의원은 “‘의원총회 포비아(phobia·공포증)’에 걸리겠다”고 말했다.

중도 성향인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시절에는 지도부와 강경파가 사사건건 대립했다. 지도부 측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강경세력)’으로 규정했다. 지난 4월 익명을 요구한 중진의원과 재선의원은 사석에서 각각 당 대표에 대해 ‘새대가리’ ‘쪼다’ 같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장외투쟁 중단 후 원내로 ‘회군’하느냐를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29일 원내 복귀와 상관없이 장외투쟁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원내대표 겸임)은 이날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단을 나눠주며 홍보전을 벌였다. 30일에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 예정이다. 야당의 장외집회는 지난 2월 ‘간첩조작사건’ 규탄대회 이후 반 년 만이다. 당 비상행동회의에서는 원하는 의원에 한해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는 ‘릴레이 단식투쟁’에 참여하기로 했고,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20여일간 도보 행진도 하기로 했다.

장외투쟁 유지 기조에 대해 당내 강경·중도파 간의 갈등은 이어졌다. 김영환 의원은 “국회를 버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국회를 지키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강경한 투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최고 우선적 민생법안인 특별법은 미루면서 나가서 싸우지 말고 국회로 돌아오라고 얘기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