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이화여대 신임총장 '응답하라 1976' 외친 까닭은…
[ 김봉구 기자 ] “그동안 떨어진 이화의 평판도를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오는 202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경희 이화여대 신임 총장(52·사진)은 27일 학내 아령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혁신 행보와 적극 홍보로 학교 위상 회복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이달 1일 취임한 최 총장이 처음 가진 공식 대외 일정이었다.

“취임 후 동문들로부터 학교 위상을 회복해 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뗀 최 총장은 “예전 자료를 찾아보니 1976년 입학 성적(예비고사 순위) 1위가 서울대, 2위가 연세대, 그리고 3위가 이화였다” 면서 “평판 상승을 위해 ‘응답하라 1976’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대학평가는 여러 잣대가 (여대보다는) 남녀공학 위주로 돼 있다” 며 “공대와 의대까지 모두 갖춘 이화 같은 여대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하다. 이런 이화여대의 장점과 특수성을 열심히 사회에 알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최 총장은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 100위권을 목표로 그간의 평가 결과를 분석해 핵심 전략지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다각적으로 지표를 분석해 취약점을 개선하고 우수교원 채용 절차 간소화, 교수 연구실적 확대 조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20일 학내 교수들을 상대로 진행한 토크콘서트 형식의 ‘열린 토론회’에서 혁신 행보를 천명한 최 총장은 이날 다시 한 번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최 총장은 “이화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국내 대학 중 하나지만 젊은 총장답게 △조직 혁신 △인재 혁신 △인프라 혁신 △네트워크·소통 혁신 등 ‘혁신 이화’ 기치를 내걸고 과감히 혁신해 나가겠다” 며 “떨고 있는 교수들도 있고 심기가 불편한 교수들도 있겠으나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실적을 내고 학사구조도 개편해야 한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자체 스왓(SWOT) 분석에서 약점으로 꼽힌 여대의 선호도 하락 현상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키로 했다. 구체적 대안으로 신산업·융합지식 중심의 학부 개편을 들었다.

그는 “수험생들에게 이화여대는 1~2학년 때보다 3~4학년 때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며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우선 학문 프로그램으로 승부할 방침이다. 여학생의 장점을 살리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학과 개편과 통합을 추진하고, 현장 인력을 산학협력교수로 적극 영입해 사회적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식품영양학과는 외식문화, 체육대학은 스포츠마케팅 등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커리큘럼에 변화를 줄 방침이다. 여기에 디지털미디어전공(대학원 과정)처럼 인문학·공학·예술이 융합된 전공을 개설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학제 틀을 바꾸겠다는 것.

최근 학교에 연구센터 문을 연 글로벌 화학기업 솔베이에게 이화여대 학생들의 글로벌 인턴십과 인력 채용을 주문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총장인 자신부터 개방하고 소통하는 면모로 일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총장은 “그동안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게 이화의 미덕이었지만 앞으로는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개혁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대외에 알려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