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출신 첫 수장에 오른 강신명 경찰청장 "경찰, 수사 개시·진행권부터 구체화"
12만 경찰 조직을 이끌 경찰대 출신 첫 경찰청장이 나왔다. 강신명 청장 후보자(사진)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따라 25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취임한다. 경찰대 출신 청장 시대가 열려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 추진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강 후보자는 22일 오후 서울경찰청장 이임식에 앞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경찰의 수사 개시· 진행권을 구체화해 현실화하는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2011년 검·경이 협의한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분석해 국민의 평가를 거친 다음 더 발전하는 단계를 지향한다는 입장”이라며 “경찰이 1차 수사기관으로서 수사 개시·진행권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현실화 단계를 밟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또 “112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112 신고를 하면 6대 도시와 도청 소재지의 경우 3분 내에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을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치안정감 4명 대부분 용퇴할 듯

경남 합천 출신인 강 후보자는 경찰대 2기다. 현직에 있는 경찰대 1기 선배들을 제치고 치안 수장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1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치안감)으로 근무하다 서울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을 거쳐 경찰청장(치안총감)까지 불과 8개월 만에 고속 승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강 후보자가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1기들 중 마땅한 청장 후보가 없었던 것도 2기가 첫 경찰대 출신 청장에 오른 배경”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가 취임하면 대대적인 인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미 경찰청장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 5명(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부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중 강 후보자와 경쟁했던 이인선 차장(경찰대 1기)은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경찰 안팎에선 공석인 서울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 가운데 1명 정도만 현직에 남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청장에는 구은수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간부후보 33기)이 유력한 가운데 권기선 경북지방경찰청장(경찰대 2기) 등도 거론되고 있다.

◆변호사 특채 늘리며 수사권 독립 준비

강 후보자가 취임하면 경찰, 그중에서도 특히 경찰대 출신들이 목소리를 높여온 ‘수사권 독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강 후보자는 지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내 경찰 수사권 독립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독립을 위한 사전 준비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6월 변호사 자격을 가진 20명을 경감으로 특채했고, 앞으로도 변호사 출신을 지속적으로 뽑을 방침이다. 이는 수사권 독립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시기상조론’을 내세우며 반대해온 검찰의 논리를 변호사 채용 확대 등을 통해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강 후보자 역시 경찰대 출신으로 수사권 독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조용하게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수사 개시·진행권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될 때 사법경찰관이 범인 및 범죄사실에 대해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는 권한. 검·경 합의에 따라 2011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됐지만 경찰이 내사 중인 사건까지 검찰이 지휘하는 일이 반복됐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