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9일간의 일정으로 13일 막을 올린 제27차 세계수학자대회. 4년마다 열려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 행사에서 주최국인 한국은 이번에도 들러리였다.

'수학 우등생' 한국의 미스터리
대회를 주관한 국제수학연맹(IMU)은 이날 수학계 최고 영예의 상인 필즈상 수상자로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37·이란)와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35·브라질), 마틴 헤어러 영국 워릭대 교수(39·오스트리아),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40·캐나다) 등 네 명을 선정했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화제가 풍성했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최초의 여성 필즈상 수상자로 고국 이란에 첫 수상의 영예를 안겼고, 브라질 출신인 아빌라 교수는 미국과 유럽 이외 국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1936년 필즈상을 첫 시상한 이후 이번 대회까지 수상자는 총 56명이다. 국적별로는 미국 13명, 프랑스 12명, 영국 7명, 러시아 6명, 일본 3명 등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인은 없다.

그렇다고 한국이 수학을 못하는 나라는 아니다. 20세 미만 중·고교생이 참가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선 한국인이 ‘우등생’이다. 한국은 1995년 IMO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2012년에는 1위, 지난해엔 2위였다.

수학 영재들이 수학을 ‘입시과목’으로만 배우기 때문에 필즈상 수상까지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IMO 1위의 주역 다섯 명 중 세 명은 서울대 의예과에 진학하고, 두 명만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들어간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입시 위주 교육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도 떨어뜨린다. 2011년 국제수학·과학성취도평가(TIMSS)에서 세계 42개국 중 한국 초등학교 4학년은 2위, 중학교 2학년은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수학 흥미도는 41위, 자신감은 38위에 그쳤다.

정부가 사교육 열풍을 줄이기 위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성적 등을 학생생활기록부에 적지 못하게 하자 이제는 응시 지원자마저 급감하고 있다. 한 해 1만6000명이던 국내 수학올림피아드 중등부 1차 시험 응시자는 최근 3분의 1로 줄었다. 4000여명에 달하던 고등부도 700여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올해 한국의 수학올림피아드 종합순위가 7위로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IMO 대표팀을 이끌어온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올해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나오고 잉그리드 도브시 국제수학연맹(IMU) 회장도 여성이지만 국내에선 도리어 수학올림피아드에 지원하는 여학생이 줄고 있다”며 “대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여름·겨울학교에 오는 여학생은 한두 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정은 도외시한 채 공식만 외우게 하는 한국의 수학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석학들의 조언이다.

만줄 바르가바 프린스턴대 교수는 “상점에서 오렌지를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 놓고 파는 것부터 큐브 퍼즐을 맞추는 것까지 정해진 답이 아니라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내고 답을 찾는 과정이 수학”이라며 “발견의 즐거움 같은 예술적인 방법으로 수학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마리암 미르자카니 스탠퍼드대 교수는 “열두 살 때 자신감을 잃어 수학을 멀리한 적이 있다”며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대회 축사에서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들과 일반 대중에게 세계수학자대회가 수학의 묘미와 즐거움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훈/김보영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