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학교육, 수월성·보편성 두 갈래 전략을
몇 년 전 수학과에 입학한 상위권 학생들의 커트라인 점수가 의예과보다 높은 대학이 생기면서 ‘수학과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왔다. 1990년대만 해도 수학과 출신은 교사, 교수, 학원 강사가 주류를 이뤘는데, 2000년대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경제, 경영은 물론 언어, 심리 등 인문·사회분야까지 수학 전공자들의 사회 진출 폭이 넓어지고 빅 데이터, 선거예측, 파생상품, 보험, 증권, 보안 및 첨단기술 등 각 산업영역에서 수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한국에 ‘수학 르네상스’가 열리고 있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 만 15세 학생들의 수학점수는 세계 1위를 했고, 중·고교생들의 국제올림피아드(IMO)에서도 종합 1, 2위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2년엔 세계수학교육자대회(ICME)를 열었으며 2014년 ‘수학의 해’ 선포에 이어 13일 전 세계에서 수학자 5000여 명이 모이는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수학교육에 대한 우려가 큰 실정이다. 심각한 것은 학생들의 40~50%가 수학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PISA 결과는 세계 1위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학습동기·자신감은 최하위다. 판단능력이 부족한 고교 1년 때 몇 과목 점수로 문·이과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최근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정’에서 수학·과학 교육을 더 축소시킨다는 비판에 놓였다. 이런 혼란스러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수학교육 현실을 본질적 차원에서 성찰하고 폭 넓고 긴 안목으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수학교육은 우수 학생은 물론 일반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수월성·보편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영재들에게는 특별한 기회를 주고, 일반 학생에게는 수준을 배려하며 문제의 ‘풀이과정’에서 즐거움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맞춤형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상위권 학생만을 위한 수학교육도 안 되지만, 영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을 가로막아서도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수학을 대학 입시를 위해 ‘점수’를 따야 하는 과목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목으로 전환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회생활에 적응하려면 논리적 사고력과 합리적 토론능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획일적인 시험 점수 위주의 대입전형에 있다. 어렵더라도 개인별 특성과 소양을 감안하는 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대학의 몫이며 ‘입학사정관제’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 될 것이다.

또 수학은 ‘전략’ 과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창의성과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수학의 역할을 다양한 각도에서 읽어야 하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교사도 중점 양성해야 한다. 교육학자로만 구성된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빌 게이츠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서, 수학·과학 역량 강화와 우수교사 양성 정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서울세계수학자대회는 수학자들이 어떤 생각과 방식으로 국가와 인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 배울 절호의 기회다. 유명한 수학교수 출신인 세계 최고 헤지펀드 운영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일상에 녹아있는 수학의 지혜를 배우고, 왜 수학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개인은 물론 국가의 성장도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 모두가 수학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어보자.

민경찬 < 연세대 수학과 교수·세계수학자대회 공동자문위원장 kcmin@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