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대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가 어제 취임했다. 안 위원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KOTRA 외국인투자 옴부즈만을 거쳐 규제개혁위원장까지 지낸 정통 경제학자다. 학계에서도 국제적 안목과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평을 들어왔다. 그는 취임사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법제화는 울타리로 기술 발전을 막는 것”이라며 무리한 법제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제통상 전문가답게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해외 진출을 강조한 것도 주목을 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의 취임을 마냥 축하만 할 수는 없다. 정치적 오류에 기초해 설립된 단체를 이끌면서, 역시 경제학자 출신인 전임 위원장들(정운찬, 유장희 씨)처럼 스스로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제에 정치가 침투하고 정치논리가 오남용될 때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는 안 위원장이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적합업종은 법제화가 아니더라도 자율합의라는 명목 아래 규제보다 더한 규제로 변질돼 있다는 사실을 규제개혁위원장을 지낸 그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입장이다.

동반성장이라는 듣기 좋은 구호가 현실에선 동반퇴보로 나타나고 있다. 3년간 적합업종을 운영한 결과 진입이 막힌 대기업이나 보호해주겠다는 중소기업이나 정체 상태이긴 매한가지다. 오히려 시장만 더 협소해지고 내수투자를 틀어막는 판국이다. 그 틈새에서 규제대상이 아닌 외국계 기업과 중견기업들만 재미를 본다. 보이는 경쟁만 주목하고 보이지 않는 경쟁은 아예 못 보는 근시안적 탁상공론인 탓이다. 중소기업 스스로 혁신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보호대책도 효과를 낼 수 없다. 부디 안 위원장은 관변 이코노미스트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