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업계는 물론 최경환 부총리까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자 다양한 수정안이 정부 내에서 검토 중인 모양이다. 정부가 배출권을 1만원에 공급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로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부담을 종전 10만원에서 10분의 1로 줄이겠다며 나온 아이디어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정부가 당 1만원에 배출권 예비분을 시장에 풀면 업계 전체부담도 28조원에서 2조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생각이다. 28조원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지 못한 기업들이 낼 과징금(당 1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지만 1만원에 살 수 있으면 부담이 확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아이디어야말로 탁상공론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배출권 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2017) 중 정부가 시장안정화를 위해 쓸 수 있는 배출권 예비분은 2700만에 불과하다. 업계가 필요한 2억8000만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물량이다. 정부는 2차 기간분도 끌어쓰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는 관련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정부가 1만원짜리 배출권을 마치 화폐를 찍어 내듯이 계속 풀어댄다면 배출권 거래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당위성도 없는 제도를 무리하게 출범시키려다 보니 이런 무리수들이 나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세계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도 도입하지 않은 배출권 거래제를 배출량 1.8%에 불과한 한국이 앞서 시행한다는 것 자체부터 난센스다. 가뜩이나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만 앞서나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치권과 정부를 포함한 환경당국은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원점에서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재검토하길 바란다. 국회가 관련법을 재개정하면 시행은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다. 또 법 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관련 부처 간 협의로 배출가스 허용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