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소득은 외환위기 이후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됐다. 산업 주축인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떨어진 데다 자영업까지 몰락하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 가운데 가계소득 증가율은 1991~2000년 연평균 11.7%로 기업소득 증가율(12.4%)과 격차가 작았다. 하지만 2000~2011년엔 가계소득 증가율이 5.8%로 급락하면서 기업(10.5%)의 반토막이 됐다.

GNI에서 가계소득 비중은 1995년 이후 8.9%포인트 하락해 2011년 61.6%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9%(4.1%포인트 하락)와 비교하면 가계로 분배되는 몫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반면 기업소득 비율은 7.5%포인트 상승한 24.1%로 OECD 평균(18.1%)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가계소득 부진의 주원인을 일자리에서 찾는다. 김영태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을 주도한 수출·제조업의 고용창출력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2001~2011년 제조업의 실질 부가가치가 연평균 6.4% 증가하는 동안 제조업 취업자 수는 0.2%씩 감소했다.

제조업은 생산 부가가치당 필요한 인력이 서비스업보다 적다. 게다가 수출기업들은 비용이 적거나 소비시장이 넓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많이 옮긴 뒤다. 그 결과 기업의 영업이익만큼 가계 임금이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가계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또 다른 원인은 소규모 자영업의 몰락이다. 자영업 영업이익의 증가율은 1990년대 10.2%에서 2000년대 1.5%로 급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에서 창업 열풍이 분 것과 관련이 깊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폐업과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무급 가족종사자 포함) 비중은 28.2%(2011년 기준)로 여전히 미국(6.8%) 일본(11.9%) 등을 크게 웃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