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쌓아둔 현금에 과세 추진
정부가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12년 만에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신 배당이나 성과급 등을 늘리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업 소득 증가율이 가계 소득을 압도하는 만큼 내수 진작을 위해선 기업이 쌓아둔 막대한 자금이 가계로 흘러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3일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내 유보금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해 하반기 발표할 경제정책 방향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가계의 가처분 소득 확대가 소비 활성화와 성장률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선보일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 후보자는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계 부채와 내수 부진 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지 않고는 어렵다”며 “기업이 투자와 배당, 임금 등을 늘려서 가계 쪽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과세는 1991년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도입됐다가 실효성 논란 속에 10년 만에 폐지됐다. 공교롭게도 이 제도가 폐지된 뒤에 기업과 가계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기업 유보율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0년까지 엇비슷하던 기업과 가계 소득 증가율은 현재 두 배 가까이 벌어져 서민 경제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 같은 방침에 경제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장은 “유보금 과세제도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업 재무구조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폐지를 권고해 없어진 제도”라며 “자칫 기업경쟁력 약화와 국부 유출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진형/이태명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