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등 각종 비리로 얼룩진 바티칸은행의 새 은행장으로 프랑스 금융인 장 바티스트 드 프랑수를 선임했다고 교황청이 9일 발표했다.

조지 펠 추기경은 "우리의 목표는 바티칸은행이 추문의 온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범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국제적인 자산운용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신임 은행장을 선임한 취지를 설명했다.

에른스트 폰 프라이베르크 은행장의 후임인 프랑수 신임 은행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 초 직접 바티칸 재정감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1990년 인베스코에 입사했고 2011년 6월까지 2년간은 유럽펀드자산운용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프랑수 은행장 내정자는 "가톨릭의 윤리적인 투자 기준이 우리가 자산을 운용하는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면 교황청이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는데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1942년 설립된 바티칸은행은 바티칸과 교황청의 재정을 담당하는 곳으로, 재산운용 내용이 베일에 싸여 있었고 돈세탁 등 각종 부패에 수시로 연루되면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한 뒤부터 바티칸은행을 개혁의 주요 대상으로 삼아 교황청 경제위원회를 통해 직접 혁신에 나섰다.

바티칸은행의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됐으나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은행을 존속시키는 대신 구조조정을 하자는 제안을 승인했다.

교황청은 바티칸은행이 향후 추문에 연루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자산 운용을 기본 업무에서 제외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