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철 원목실장(왼쪽)과 시인 고진하 목사.
한인철 원목실장(왼쪽)과 시인 고진하 목사.
오는 19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 예배실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을 경험한 환자 30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쿵쿵, 다시 뛰는 생명의 북소리》(넥서스크로스 펴냄) 출판기념회다.

이날 행사의 특징은 책에 등장하는 기적의 주인공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것. 1부 감사예배에는 책에 등장하는 김은철 목사(배화여고 교목)가 설교하고, 2010년 인두암 3기 판정을 받고 16시간의 수술 끝에 되살아난 박종화 목사(서울 경동교회)가 축도를 맡는다. 2부 출판기념회에선 책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 색소폰 연주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예정이다.

책을 쓴 이는 중견시인 고진하 목사(61)다. 감리교신학대 71학번 동기인 한인철 연세의료원 원목실장이 “앞으로 힘든 치료 과정을 거치게 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힘과 용기, 희망을 주기 위해 기적을 체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자”며 고 목사에게 집필을 부탁했다.

16일 서울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고 목사는 “생사의 기로에 섰던 환자들이 어떻게 위기를 이겨냈고 이후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생생하게 전하려했다”고 말했다. 사경을 헤매다 살아난 사람들은 여러 모로 달라졌다.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현재의 삶을 사랑하고 감사할 줄 알게 됐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선물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각종 악성종양, 난치성 희귀질환, 치명적인 교통사고 등으로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던 사람들이 극적으로 소생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유명한 아나운서 출신인 차인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석좌교수는 2009년 10월 악성림프종양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섰다가 극적으로 회복됐다.

김은철 목사는 1990년께 베체트병에 걸려 8년 동안 투병했다. 세 차례의 수술과 극심한 고통 속에서 그는 “단 5분만이라도 통증이 없는 평안을 누리는 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극적으로 병마에서 벗어난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8년간의 투병 생활은 나는 누구이며, 내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를 터득할 수 있는 큰 배움의 기회였다”고 말한다.

두 발과 오른손이 없지만 고통스런 재활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수영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대학생 김세진 씨, 임신 21주 때 뱃속의 아기 머리에 뇌가 없는 ‘전전뇌증’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은설이 엄마 김윤희 씨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책 제목은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으나 돈이 없어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다 심장을 기증받은 대학생 이인제 씨의 다짐에서 따왔다. “요즘도 매일 잠자리에 들면 쿵쿵 힘차게 뛰는 심장에 손을 얹고 다짐합니다. (중략) 정말로 가슴 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