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랑라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도쿄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100억달러(약 10조1770억원)를 웃돌아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증시로 몰렸던 투자금이 실물 자산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국부펀드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CIA)은 최근 일본 도쿄의 대형 볼링장을 사들였다.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기금(SOFAZ)은 도쿄 긴자의 티파니 건물, 싱가포르투자청(GIC)은 결혼식 명소인 메구로가조엔 건물을 사들일 계획이다.

일본 상업용 부동산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빠져나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년 반 전 시작된 일본 정부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부동산 시장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풀이했다. 이때부터 부동산 공실률이 낮아지고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업계가 살아나는 등 본격적인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리츠업계의 부동산 매입가 대비 투자 수익률은 약 3.5%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0.6%)보다 훨씬 높다. 존 다나카 안젤로고든앤드코 이사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이 정도의 수익률 차이를 볼 수 없다”며 “초저금리를 활용한 차입금으로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공실률은 4.7%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공실률이 5% 아래로 떨어지면 시장이 임차인 중심에서 임대인 중심으로 바뀌는 것으로 해석한다. FT는 일본은행의 지원에 힘입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행은 돈을 풀기 위해 매입하는 자산을 리츠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비관론도 있다. A급 오피스 건물에만 투자자가 몰릴 뿐 도쿄 오피스시장의 87%를 차지하는 B급 건물 임대료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일본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오른 것도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있다. 소비세 인상으로 임차인의 부담이 커지면서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상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