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등지는 '러시아의 저커버그'
“우리는 관료주의, 과잉규제, 전쟁, 사회주의를 싫어한다. 이런 우리에게 적당한 나라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

‘러시아의 저커버그’로 불리는 파벨 두로프 전 브이콘탁테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러시아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두로프 전 CEO가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개선언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올해 29살인 두로프 전 CEO는 2006년 페이스북과 비슷한 소셜미디어 기업 브이콘탁테를 창업했다. 가입자 수가 1억명으로 불어나면서 그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청년 벤처사업가로 인정받았다.

두로프 전 CEO가 러시아를 떠날 결심을 한 것은 러시아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최근 브이콘탁테 측에 크림자치공화국 문제와 관련,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두로프 전 CEO는 정보당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지속적으로 브이콘탁테 측을 압박했고, 그는 결국 지난 21일 CEO직에서 물러났다.

두로프 전 CEO에 대한 책을 펴낸 러시아 언론인 니콜라이 코노노프는 그러나 “두로프는 자유주의자일 뿐이지 저항인사는 아니다”며 “그가 러시아를 떠나는 것은 사업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노노프에 따르면 두로프 전 CEO는 2012년께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의 야심을 키웠지만 브이콘탁테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한다. ‘러시아’라는 국가 브랜드에 대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워낙 좋지 않아서다. FT에 따르면 두로프 전 CEO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이후 그의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은 미국(캘리포니아) 대만 아이슬란드 등으로 망명할 것을 권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