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해상에서 16일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구조 작업이 지연되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실종자들은 현재 구명조끼를 입고 표류 중이거나 침몰한 선박 안에 갇혀 있는 등 두 가지 상황에 처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두 경우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확률이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점이다. 우선 선박 내부에 물이 가득 찼다면 익사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수색에 나선 해군에 따르면 선실 3곳에는 이미 물이 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이 차지 않았더라도 밀폐된 공간에 실종자들이 대피해 있다면 산소 부족에 따른 질식의 위험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영호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인원과 면적 등에 따라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다르겠지만 폐쇄된 공간에 많은 인원이 있으면 곧 산소가 소진돼 질식사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밀폐형 선실의 경우 산소가 남아 있는 공간에서 48시간 정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실종 학생들의 일부 학부모는 “밤 10시에 배 안에 갇힌 아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다수의 학부모들이 받은 이 메시지는 “지금 여기 배 안인데 사람 있다”며 “아직 안 죽었으니까 안에 사람 있다고 좀 말해달라”는 내용이다. 메시지를 확인한 학부모들은 팽목항으로 몰려가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데 강력 항의하며 당장 구조대를 보내줄 것을 촉구했다.

일부에서는 생존자를 사칭한 장난 메시지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남자애들 몇 명(이 있고) 여자애들은 울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 있어 실제 상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배에서 빠져나와 구명조끼 등에 의지해 해상에 떠 있다면 저체온증을 극복해야 한다. 밤엔 수온이 10도 남짓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맥박이 느려지는 서맥, 심방세동, 심실세동 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심하면 심장정지까지 올 수 있다.

김건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 온도가 16~21도 이하로 떨어지면 심각한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며 “체온이 떨어지면 일단 근육을 통해 열을 발생해 체온을 유지하게 되는데, 근육량이 적은 고령자들은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만 수십 척의 구조선과 항공기가 사고 지점 해역을 수색하고 있는 만큼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실종자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민/목포=김재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