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내달 5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피의 결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내달 5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피의 결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피의 결혼’은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예술감독이 추구하는 연극 세계가 잘 드러나는 무대다. 공연을 연출한 그는 지난 18일 제작발표회에서 “누구나 함부로 할 수 없고, 연극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그래서 춤추고 노래하고 육체적인, ‘연극적인’ 연극을 해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특별함’인 놀이성과 축제성, 이를 통해 관객에게 공동체적 정서를 주는 연극을 위해 선택한 작품이 ‘피의 결혼’이다. 스페인 극작가 가르시아 로르카의 1933년 작품으로 결혼 첫날밤 신부가 첫사랑과 도망가고, 뒤쫓던 신랑과 첫사랑이 달빛 속에서 결투를 벌이다 둘 다 죽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공연의 특별함은 플라멩코 춤과 음악, 한국 남도소리와 전통악기 연주의 결합에서 나온다. 이는 주로 신랑의 어머니(김미숙 분)에 의해 구현된다. 스페인 시골의 평범한 여인 차림으로 플라멩코 춤을 추던 어머니가 남편과 큰아들에 이어 작은아들마저 떠나 보낸 슬픔을 말과 소리가 뒤섞인 남도창으로 들려준다.

전체적으로는 “플라멩코와 남도소리의 ‘한의 정서’가 통한다”는 연출자의 말처럼 ‘특별한 연극성’이 기막히게 어우러지며 재미와 감동을 준다. 플라멩코 특유의 발 구르는 동작과 소리로 대사와 극에 부여하는 리듬감과 대형 천 등을 이용해 시각적인 볼거리를 주는 미장센도 인상적이다.

다만 2막 ‘전통 혼례’ 장면은 왜 들어갔는지 의문이고 신비적 색채가 강한 3막에서 한국의 전통적 정서는 좀 과하다. 한국적인 게 다소 넘치는 느낌이다. 마지막 부분에 어머니가 신부의 ‘변명’을 듣고는 톤을 바꿔 “이 여자는 잘못이 없다. 나도 없어. 그럼 누가 잘못한 거지?”라고 말하는 장면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평범했던 어머니가 왜 갑자기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비극적 영웅처럼 말할까.

공연은 커튼콜까지 배우들이 극에 나왔던 ‘흰 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플라멩코 군무를 추며 놀이성과 축제성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첫날 객석의 반응은 특별히 ‘공동체적’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공연은 내달 5일까지, 2만~5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