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로스쿨…등록금 2000만원 시대
올해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인 이종윤 씨(31)는 등록금 납부를 거부했다. 새학기 등록을 앞두고 학교 측에서 연간 등록금을 151만4000원 인상했기 때문이다. 올해 부담할 등록금은 1848만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장학금은 줄었다. 학교는 장학금 비율을 75%로 약속했다가 최근 로스쿨생들에게 문자로 장학금 비율을 40%로 줄인다고 통보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비싼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건국대를 선택했다”며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축소로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건국대 로스쿨이 올해 등록금을 전년에 비해 9.8% 올려 로스쿨 가운데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이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체 학생 128명 중 60여명이 납부 기한을 넘겨 등록금을 내지 않고 있다.

전국 25개 로스쿨 중 10개가 등록금 인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앙대는 등록금을 작년에 비해 8%(140만원) 인상했다. 서강대는 3.8% 올렸고 성균관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강원대의 인상률은 3%였다. 이들 10개 대학의 평균 인상률은 3.9%였다. 이에 로스쿨생들의 모임인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기자회견장에서 ‘로스쿨 등록금 폭등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9년 출범한 로스쿨 제도가 ‘돈스쿨’로 전락됐다는 오명과 함께 서민들의 법조계 진출을 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한 해 등록금이 2000만원을 넘는 로스쿨은 세 곳이다. 성균관대 로스쿨의 등록금이 2146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고려대 2074만원, 연세대 2048만원이었다. 경희대, 아주대, 영남대, 동아대 로스쿨이 각각 1998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국립대 중에서는 서울대 로스쿨이 134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 비해 0.25%를 인하한 액수다. 연세대 로스쿨을 다니는 한 학생은 “부모님에게 학비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고 있다”며 “솔직히 서민들이 이 등록금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기존 법대 교수들이 동일한 내용을 가르치는 만큼 등록금을 올려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명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은 “교수를 두 배 이상 더 뽑았기 때문에 등록금이 오른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차상위계층까지는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석준/홍선표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