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추진에도 일본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낸 반면 한국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17일 산업연구원의 ‘최근 엔저 이후 한·일 교역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인 1176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반면 한국은 오히려 441억달러의 사상 최대 무역 흑자를 달성했다. 엔저 여파로 2004년 294억달러에 달했던 한국의 무역수지가 2007년 146억달러로 줄어든 것과는 아주 다른 양상이다.

일본의 무역적자 폭이 늘어난 것은 전자 등 제조업 경쟁력 악화로 수출이 전년 대비 10.5%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대폭 향상된 반면 일본은 이 분야에서 뒷걸음질을 치면서 엔저의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일본 반도체 수출 규모는 2012년 대비 13% 감소한 데 비해 한국은 12.7% 증가했다. 휴대폰 역시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지만 일본은 오히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었다. 신현수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일본 기업이 제품 단가를 내리기보단 이익을 늘리는 데 치중하면서 수출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