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재테크, 변수는 세금이다] 배당금·이자 등 올 금융소득 2500만원 되면 500만원은 내년으로 미뤄 받아야 세금 아껴
연봉이 1억8000여만원인 A씨는 지난해 2870만원의 금융소득을 추가로 올렸다. 지난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그는 올해 과세 대상자가 됐다. 기준금액 초과분인 870만원에 세율 19.6%(종합소득세율 35%-원천징수세율 15.4%)를 곱한 약 170만원을 올해 5월에 세금으로 더 내야 한다.

문제는 내년부터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 조정되는 점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연봉과 금융소득을 받을 경우 내년 소득세율은 38%로 올라가고, 금융소득에서는 약 196만원(초과분 870만원X세율 22.6%)을 세금으로 더 내야 한다.

A씨의 경우 올해 금융소득을 2000만원 이하로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과표를 1억5000만원 밑으로 유지하면 추가 세금 부담이 없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소득발생하는 명의를 분산하라

금융소득종합과세란 1년 동안 벌어 들인 이자 및 배당 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경우 이를 초과한 금융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까지는 기준금액이 4000만원이었다.

2000만원 이하의 소득에 대해선 이자소득세율(14%)과 지방소득세율(1.4%)만 적용해 세금을 내면 되지만, 이를 넘는 금액은 최고 38%인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고소득자의 경우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세무 전문가들은 금융소득이 특정 시기나, 한 사람에게 몰리지 않도록 소득 발생 시기와 명의를 분산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절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박정국 외환은행 세무사는 “예를 들어 3000만원의 금융소득이 생기는 아버지와 1000만원의 금융소득을 올리는 자식이 있다면 아버지의 소득 일부를 자식에게 나눠 둘 다 2000만원 이하로 맞추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발생 시기 분산은 한 사람이 올해 2500만원, 내년에 1500만원의 금융소득이 예상된다면 올해 생길 금융소득 중 일부를 내년에 받음으로써 올해와 내년 모두 2000만원 이하로 조정하는 걸 의미한다.

차명과 증여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하라

소득 명의를 분산하는 것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정식 증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명의 분산만 할 경우 차명(借名)계좌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세당국이 차명으로 판정하면 명의를 분산했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금융소득으로 간주된다. 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또 차명계좌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한 번이라도 남으면 평생 국세청의 ‘차명재산 관리 시스템’에 등록돼 추적을 받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기존 차명계좌를 모두 증여로 신고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 과세당국이 지난해 차명계좌에 대한 증여 추정 시기를 바꿨기 때문이다. 기존 세법은 증여 발생 시점을 ‘차명 자산 명의자가 자금을 인출해 사용한 경우’로 한정했지만 개정 세법은 ‘차명 자산을 보유하는 시점’에 증여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차명 계좌에 돈을 넣는 순간 증여로 본다는 얘기다. 이 경우 가산세를 포함해 증여세가 늘어날 수 있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팀장은 “차명계좌 보유에 따른 종합과세 부담과 증여에 따른 증여세 부담을 비교해 어느 것이 나은지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 발생시기를 조정하라

올해 발생할 금융소득을 줄이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찾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이자를 줄일 수 있다.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돼 내년 금융소득을 2000만원 미만으로 줄이려면 중도 환매나 해지 등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만기 후에도 돈을 찾지 않거나 만기 전 환매 또는 해지함으로써 손해보는 이자와 세금 절약분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김근호 하나은행 세무사는 “가급적 상품 만기를 하반기 이후 연말에 가깝게 맞추는 게 좋다”며 “금융소득 발생분을 예상해 다음해로 넘기거나 앞당기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