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의식불명 상태인 딸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1억원 가까이 되는 치료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지난달 초 유럽여행에 나섰다 교통사고로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는 딸을 만나러 최근 체코 프라하에 다녀온 김송학 씨(52)는 낯선 외국 땅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딸을 데려오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의식이 없는 딸 얼굴만 보고 돌아올 수밖에 없어 딸에게 죄를 짓는 심정”이라며 “사고 당시 운전대를 잡은 딸의 친구 부모도 병원비를 댈 형편이 안 되는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오전 11시30분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 김효정 씨(20) 등 한국인 5명이 타고 가던 승용차가 체코 이흘라바의 고속도로에서 주차된 트럭을 들이받았다. 이들은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 단체 여행객으로 9명이 차 두 대를 빌려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넘어가던 길이었다. 이 사고로 부상한 네 명은 치료를 받고 귀국했지만 머리를 크게 다친 김씨는 프라하의 한 병원에 입원해 아직 의식불명 상태다.

김씨의 아버지가 현지 병원을 방문했으나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로서도 병원비를 구하지 못해 딸을 한국으로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까지 치료비는 5000만원에 달한다. 식물인간 상태인 김씨를 한국으로 데려오려면 전문인력과 장비 등이 필요해 1억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일행은 여행자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김씨는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3일 이송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그대로 날짜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명렬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은 “해당 교회, 지자체와 연락해 항공료와 의료비를 마련 중이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외교부도 대사관과 함께 김씨의 한국 이송을 위한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