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문화산업대 학교기업인 청강창조센터(CCRC)에서 학생들이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 제공
청강문화산업대 학교기업인 청강창조센터(CCRC)에서 학생들이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 제공
#1. 수원여대 식품영양과와 제과제빵과 학생들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 이 대학 학교기업인 식품분석연구센터에서 4주간 식품분석 현장실습을 했다. 일반실습부터 3개월 이상 인턴십까지 여섯 종류의 현장실습이 학교기업에서 이뤄진다. 학생들은 센터 연구원들에게 1 대 1 수업을 받으며 CJ와 롯데 등 연간 1500여개 식품업체에서 의뢰하는 각종 시험·검사를 경험한다.

#2. 지난해 뉴욕타임스 만화부문 월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적이 있는 ‘맥시멈 라이드’는 공상과학(SF) 소설가 제임스 페터슨(글)과 이나래 작가(그림)의 공동 작품이다. 이 작가는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출신으로, 학교기업인 기숙형 스튜디오 ‘청강창조센터(CCRC)’에서 3년간 실력을 갈고닦았다.

대학이 사업체를 직접 만들어 실무형 교육을 하는 ‘학교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학교가 가진 기술을 사업화해 수익을 낼 뿐 아니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생들에게 기업 현장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학교기업 연계학과 취업률 상승

기술 배우고 돈버는 '학교기업' 10년새 5배↑
학교기업은 도입 첫해인 2004년 18개 대학과 17개 전문대, 5개 특성화고 등 40개로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대학 84개, 전문대 89개, 특성화고 64개 등 237개로 10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었다.

대학경영전략 컨설팅업체인 CQI컨설팅이 교육부 의뢰로 표본 조사한 데 따르면 49개 학교기업에서 실습한 81개 연계학과 졸업생의 작년 취업률은 56.2%로 같은 지역 학교의 유사 학과 취업률 50.8%를 5.4%포인트 웃돌았다. 송인택 CQI컨설팅 대표는 “장기 불황으로 대졸자 취업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학교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청년들의 취업률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 특성화 수준 보여줘

학교기업은 학교가 기업과 별도로 섭외해 협약을 맺거나 뛰어난 연구 업적을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4년제 대학보다는 전문대가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남진식 수원여대 식품분석연구센터장(식품영양과 교수)은 “전문대는 4년제에 비해 협약기업을 찾기가 어려워 학교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학생들의 현장실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각 대학에 따르면 지난해 89개 전문대가 학교기업을 운영해 57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 569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학교기업에서 학점을 인정받는 현장실습 참여 학생 수는 3944명에서 4648명으로 15%가량 늘었다.

축산업·부동산 임대업 등으로 범위가 한정된 재단 수익사업과 달리 학교기업은 대학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자유롭게 사업화할 수 있다. 수원여대 식품분석연구센터는 가공식품 등의 유해성 검사를 전문적으로 해 연간 20억원대 매출을 올린다. 작년 391명의 학생이 학점을 인정받으며 현장실습을 했다.

청강대 CCRC는 만화, 애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 등 문화콘텐츠에 특화된 학교기업으로 작년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교수들이 외부 제작사에서 용역을 받아오면 학생들이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형태다. 울산과학대는 토양·수질 검사를 하는 종합환경분석센터를, 경북도립대는 자동차 수리·도장 전문기술을 특화해 ‘라오닐’이라는 정비업체를 운영 중이다.

신인섭 교육부 취업창업지원과장은 “학교기업은 전문기술 교육을 통해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 만큼 우수기업 집중 지원, 기술력 있는 대학의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