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의상 제작 솔루션을 개발한 클로버추얼패션의 오승우 대표(왼쪽)와 부정혁 대표. 2D로 그려진 의상 도면만 있으면 바로 3D로 바꿔 가상의 모델에 입혀 볼 수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3차원(3D) 의상 제작 솔루션을 개발한 클로버추얼패션의 오승우 대표(왼쪽)와 부정혁 대표. 2D로 그려진 의상 도면만 있으면 바로 3D로 바꿔 가상의 모델에 입혀 볼 수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009년 1월 창업한 클로버추얼패션은 해외에서 더 유명한 스타트업이다. 2차원(2D) 의상 도면을 클릭 한번으로 3차원(3D)으로 바꿔 가상 모델에 입혀볼 수 있게 한 솔루션이 호평을 받으면서다. 프랑스 명품업체 L사와 이탈리아 디젤, 미국 나이키, 스웨덴 이케아 등 세계적인 패션·가구업체가 이 회사의 3D 의상 제작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만난 부정혁·오승우 공동대표는 “직원이 서른 명이 넘다 보니 이제 스타트업이라 하기 쑥스럽다”면서도 “세계 모든 패션 회사가 우리 제품을 쓰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클로버추얼패션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 지사를 세우고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옷 재질·착용감 진짜처럼 재현

시제품은 회사를 세우고 6개월 만에 나왔다. 하지만 남들이 금방 따라할 만한 기술은 아니다. 오 대표가 KAIST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는 석·박사 학위를 모두 3D를 이용한 의상 시뮬레이션으로 받았다. 대학원 동기들은 대부분 교수가 되기 위한 길을 가거나 연구소로 진로를 정했지만 그는 “사람들이 실제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그런 오 대표의 기술력을 알아봤던 사람이 부 대표.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모바일 콘텐츠 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피처폰용 콘텐츠 시장이 죽어가고 있던 때라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그는 “오 대표의 기술을 보는 순간 패션 쪽에서도 상당한 수요가 생길 것을 직감했다”고 회상했다.

휴대폰이나 자동차 등 많은 산업군에서 3D 디자인이 일상화됐지만 패션 쪽은 적용이 더딘 상태였다. 패션은 옷감의 재질과 색깔, 바느질 자국, 착용감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클로버추얼패션이 개발한 ‘클로 3D’(패션업체용)와 ‘마블러스 디자이너’(영화·게임업체용)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3D로 옷을 생생하게 표현해준다. 부 대표는 “지금은 의상 디자이너가 2D로 옷을 디자인하고, 이를 중국이나 동대문의 공장에 보내 샘플을 받은 뒤 수정하는 작업을 되풀이한다”며 “3D로 완성된 옷을 볼 수 있게 되면 몇 개월 걸리던 옷 제작 과정이 몇 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통해 해외에 입소문

해외에서 먼저 입소문이 난 것은 유튜브의 공이 컸다. 제품을 써 본 사람들이 “신기하다”며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을 유튜브에 올리면서다. 오 대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모르던 시기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큰 기업들이 먼저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진짜 옷처럼 질감을 세세하게 표현하다 보니 영화와 게임의 컴퓨터그래픽(CG) 쪽에서도 문의가 왔다. 영화 ‘틴틴’과 ‘호빗’에 나오는 CG 캐릭터들의 의상이 클로의 기술로 구현됐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EA, 코나미 같은 게임업체도 고객사가 됐다.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공식 애니메이션에 기술을 제공했다.

그래도 잠재력이 가장 큰 곳은 패션 쪽이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패션 업계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보수적이긴 하지만 3D 디자인을 받아들이지 않고선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부 대표는 “보통 한 패션 브랜드가 300개의 옷을 시중에 내놓기 위해 1000개의 시제품을 만든다”며 “소비자의 취향이 갈수록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방법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