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S 3代 CEO 한자리에 >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3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가운데)가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MS 본사에서 초대 CEO인 빌 게이츠(왼쪽), 2대 CEO인 스티브 발머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 MS 3代 CEO 한자리에 >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3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가운데)가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MS 본사에서 초대 CEO인 빌 게이츠(왼쪽), 2대 CEO인 스티브 발머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에 사티아 나델라 부사장이 임명됨에 따라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도 파워’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나델라는 인도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인도계 기업인이다. 구글에서는 인도기술대 출신 부사장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어도비 CEO인 샨타누 나라옌 역시 인도계다.

나델라는 1967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나 카나타카마니팔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잠깐 일한 뒤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주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했다.

2007년 어도비 CEO가 된 나라옌은 나델라보다 세 살 많은 고향 선배다. 그 역시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문과와 이과 석사학위를 하나씩 받은 것도 공통점. 나라옌은 UC버클리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보링그린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땄다.
나마스테 실리콘밸리! 美 IT업계 휩쓴 인도파워
구글에서는 인도기술대 출신 부사장(SVP)들이 핵심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맡고 있는 순다 피차이(1972년생), 소셜 서비스 구글+를 담당하는 빅 군도트라(1968년생), 구글 초기부터 검색을 주도해온 아밋 싱할(1968년생) 등이 대표적이다.

피차이는 모바일과 웹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이다. 인도기술대를 나와 스탠퍼드대와 와튼스쿨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크롬 브라우저를 내놓은 데 이어 크롬 운영체제(OS)와 크롬 컴퓨터 개발을 주도했다. 작년부터는 모바일 OS 안드로이드까지 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로 나델라가 임명됨에 따라 컴퓨터 OS와 모바일 OS 분야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간 싸움을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지휘하는 양상이 됐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윈도폰 점유율이 워낙 미미해 나델라가 피차이를 추격하는 모양새고, 컴퓨터 분야에서는 피차이가 크롬 OS로 ‘윈도 왕국’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군도트라는 2011년 6월 구글+를 내놓아 2년 반 만에 5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끌어모음으로써 장차 페이스북을 위협할 수 있는 서비스로 키워놓았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닷넷 프로젝트에도 참여했고 소셜 서비스 윈도라이브 개발을 주도했다.

싱할은 자칭 ‘히말라야 촌놈’이다. 그는 인도 잔시에서 태어나 인도기술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까지 땄다. 2000년 구글에 입사한 뒤에는 검색 알고리즘 개발을 주도했다.

모토로라 CEO를 지낸 산제이 자(1963년생) 역시 인도 출신 엔지니어다. 후배들과는 달리 영국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땄고 한국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기술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 진입할 때 퀄컴에서 CDMA 칩 개발을 주도했다. 모토로라에서는 구글에 인수되기 직전 CEO를 맡아 회생에 주력했다.

실리콘밸리뿐만이 아니다. 미국 동부도 마찬가지다. 워싱턴DC에 있는 DBA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박제용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인도계가 없는 곳이 없다. 고급부터 저급 엔지니어까지 다양하게 포진해 있고 계속 쏟아져 들어온다. 인도계는 똑똑하고 서양인 사고방식을 잘 이해한다. 미국 정보기술(IT)업계에서 인도계와 한국계는 비교가 안 된다.”

미국에서 인도계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50년 전부터 과학기술 육성에 적극 나서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로 몰린 데다 영국 식민지를 거쳐 영어에 능통하기 때문이다. 박제용 씨는 “지금은 중국계가 인도계를 맹추격하고 있다”며 “한국계는 인원이 적고 영어가 달리고 서양문화 이해도 부족해 스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