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종·종교…섞임이 만든 멕시코
멕시코 인구의 60% 이상은 백인, 원주민, 흑인 간에 탄생한 혼혈 메스티소다. 16세기부터 300년간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생긴 일이다. 멕시코 인구의 90% 이상은 가톨릭 신자다. 하지만 식민지배를 받던 원주민들은 폭력적인 선교 앞에 겉으로만 가톨릭을 믿고 속으로는 토착신앙을 숭배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지녔다. 이 과정에서 가톨릭과 토착신앙이 자연스럽게 융합해 독특한 가톨릭 신앙을 형성했다.

그래서 각기 다른 민족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미국의 인종혼합을 ‘인종의 샐러드 접시’라고 하는 데 비해 멕시코는 다수의 민족이 혼혈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인종을 만들어낸 ‘용광로’라고 할 수 있다.

《멕시코,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는 승자인 스페인 기록자의 역사관이 아니라 원주민과 피지배층의 입장에서 서술한 책이다.

멕시코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스페인계 백인문화와 토착문화가 충돌하는 양상으로 숱한 비극을 초래했다. 멕시코의 사례는 매년 1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새롭게 정착하면서 다인종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에도 외래문화를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