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에 가기 직전인 20세 때 영도다리 인근에 머물렀던 인연으로 롯데그룹이 공사비 전액을 투자해 완공한 영도대교가 27일 재개통된다. 작은 사진은 일본에서 사업을 막 시작한 30대 신 총괄회장(위)과 옛 영도다리 모습(아래). 롯데그룹 제공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에 가기 직전인 20세 때 영도다리 인근에 머물렀던 인연으로 롯데그룹이 공사비 전액을 투자해 완공한 영도대교가 27일 재개통된다. 작은 사진은 일본에서 사업을 막 시작한 30대 신 총괄회장(위)과 옛 영도다리 모습(아래). 롯데그룹 제공
지난 5월5일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이 건물 꼭대기 옥상공원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들어섰다. 그는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영도다리와 부산항을 한참 동안 말없이 응시한 뒤 돌아섰다. 롯데 신 총괄회장이 부산을 찾을 때마다 하는 일이다.

신 총괄회장이 영도다리와 부산항에 특별한 감정을 갖는 것은 이유가 있다. 가난한 청년 신격호가 대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출발점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1922년 울산 농가에서 10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보통학교와 농업학교를 어렵게 다녔다.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농사일은 물론 갖은 궂은일을 해야 했고 백두산이 있는 함경북도까지 가서 직업훈련을 받기도 했다.

20세가 되던 해 가난에서 탈출하겠다고 결심한 그가 고향을 나서 도착한 곳은 부산이다. 영도다리가 가까이 있는 광복동에 자리를 잡고 도립종축장에서 하급 직원으로 일했다.

이때 신 총괄회장은 부산항을 오가는 배를 보며 ‘큰물’인 일본으로 건너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고향에 남아 있는 동생들 생각에 결심이 무뎌졌다가도, 일본으로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꿈을 다잡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부산에 온 지 1년 만에 부산항을 출발해 일본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관부연락선에 몸을 실었다.

그래서인지 신 총괄회장은 영도다리와 부산항에 애정이 깊다. 롯데그룹이 1100억원을 투입, 영도다리를 영도대교로 27일 재개통해 부산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것은 신 총괄회장의 ‘결심’에 따른 것이다. 부산 남포동과 영도를 연결하는 영도대교는 기존 왕복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대됐다.

과거 신 총괄회장이 꿈을 키울 때처럼 다리 한 쪽을 위로 올려 큰 배가 통과하게 하는 도개(跳開) 기능을 회복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매일 낮 12시에 교량 상판을 75도 각도로 들어올리는 이벤트를 할 계획이다.

영도대교는 1934년 지어진 국내 최초의 연륙교다. 육중한 다리 한쪽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다리를 들어올릴 때 교통체증이 심해진다는 이유로 이를 중단했다. 롯데는 낡은 영도다리를 도개식 교량으로 복원해 달라는 부산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영도대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함께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부산 롯데타운’ 조성 사업의 하나이기도 하다. 롯데는 2009년 12월 롯데백화점 광복점 본관, 2010년 8월 신관을 개장한 데 이어 2014년에는 롯데시네마 등이 들어서는 3관을 짓고 이후 108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세울 계획이다. 그는 롯데백화점 광복점 신관 공사가 한창이던 2010년 5월 매장을 방문해 “부산 최고 상권은 여기”라며 애착을 보였다. 롯데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지역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영도대교 개통을 기념해 다음달 8일까지 부산 내 4개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 중 1명을 추첨해 2000만원 상당의 영도대교 황금모형을 준다. 27일에는 영도대교 근처 공동어시장에 특설무대를 마련하고 인기 가수들이 참여하는 축하공연을 펼친다. 씨앗호떡, 유부 보따리 등 지역 먹거리를 선보이는 ‘추억의 먹거리 축제’도 연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