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에 저항한 여자의 일생
운명과 개인의 의지 중 어느 쪽이 더 강할까. 격동의 사회 체제 속에서 개인의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이란 여성 소설가 파라누쉬 시나이(사진)의 장편소설로, 지난달 출간돼 초판이 전부 팔린 《나의 몫》(문학세계사)은 공고한 이슬람 사회의 억압을 견뎌내고 또 저항하며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팔레비 왕조시대와 호메이니의 이슬람혁명 등을 거친 이란의 20세기 격동 사회. 수도 테헤란으로 이사한 어린 마수메는 사랑과 학업에 대해 꿈꾼다. 그러나 억압적인 이란 사회에서 그런 마수메는 ‘타락한 계집애’의 모습일 뿐. 결국 가족들은 마수메를 강제로 결혼시키지만, 누군지도 모르던 남편은 팔레비 왕조를 전복시키려는 반체제 공산주의자였다.

이념에 정신이 팔린 자유분방한 남편 아래서 마수메는 외로움을 느끼지만 다행히도 학업을 이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면서 짧은 행복도 찾아오지만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이 이어지면서 다시 억압체제가 이어지고 공산주의자인 남편은 교수형을 당한다. 억압적인 이슬람 정권과 극단적인 이념 갈등을 겪은 이란 사회, 그 아래서 살아가는 마수메의 50년 세월이 장대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는 이란 여성들의 권리가 느리긴 하지만 꾸준히 신장되고 있다고 했다. 억압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 여성들은 자기 권리를 잘 알고 관습에 계속 도전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 대학생의 67%가 여성이며 이런 다수를 억압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설은 이란에서 두 번이나 판매금지 조치를 당했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의 도움으로 2003년 출간 허가를 받아 결국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탈리아에서는 권위 있는 보카치오 문학상을 받았고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도 출간됐다. 가부장적 문화와 심한 이념갈등을 겪은 한국 사회에도 거울이 될 만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