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 4년간 흐름 봤더니…美·英·독일서 '흡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 중 영국과 캐나다가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은 유동성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도 비슷한 수준의 국가에 비해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각국 외국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유입현황’ 자료를 한국경제신문이 21일 분석한 결과다.

한 국가에 들어오는 자금은 외국인직접투자(FDI)와 포트폴리오 자금으로 구성된다. FDI는 공장 건설 등 장기 투자가 포함된다. 포트폴리오 자금은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되며 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형태로 유입된다. 포트폴리오 자금의 흐름을 보면 금융시장의 단기 유동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IMF 자료에 포함되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선진국들이 유동성을 풀기 시작한 이후 5년간 가장 많은 포트폴리오 자금이 유입된 국가는 미국이었다. 약 39조달러였다. 경제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선진국 중 경제 규모 대비 투자 유입액이 많았던 국가는 영국이다. 약 16조달러를 흡수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6위이지만, 자금 유입 액수로 보면 2위였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부장은 “미국의 경우 지난해부터 경기는 회복세지만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있다”며 “유럽은 지난해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자금이 많이 몰렸는데, 독일은 자산가격이 너무 비싸고 이탈리아는 경제가 불안해 영국 쪽으로 돈이 많이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럽을 방문했는데 영국에만 도심에 고층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고도 했다.

영국 외에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이 유입된 국가로는 캐나다, 호주, 한국 등이 꼽혔다. 캐나다는 현 영국중앙은행 총재인 마크 카니가 2008년 당시 중앙은행 총재로 있으면서 보수적인 금융 정책으로 세계 금융위기의 파고를 피해갔다. 이후 착실한 경제 성장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다.

자원 부국인 호주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최고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았고, 지난해까지 이어진 원자재값 상승 덕도 봤다. 하지만 올 들어 원자재값이 내려가면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3.6%에 못 미치는 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1조8000억달러를 흡수해 10위를 기록했다. GDP 순위 15위에 비해 많은 금액이다. 신 부장은 “한국은 국내 자본도 충분하고 외국 자본도 적당히 유입된 안정된 금융시장을 갖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특히 채권 시장에 외국인 투자가 많이 몰리면서 자본시장 규모 자체가 상당히 커졌다”고 진단했다.

인도네시아 터키 등 신흥국은 2008년 대비 지난해 유입 금액이 크게 늘었다. 인도네시아는 2008년 약 385억달러에서 지난해 1400억달러로 세 배 넘게 늘었고, 터키 브라질 등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자금 유입의 증가폭이 크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올해 신흥국들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