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세계경제의 축이 내려간다
“나는 퍽(공)이 있던 곳이 아니라 퍽이 갈 곳으로 스케이트를 타고 간다.”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영웅 웨인 그레츠키가 한 말이다. 이 말은 현재 세계 경제의 흐름에 인용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모든 사업체는 시장이 있고, 주주 가치를 창출하며, 천연·인적 자원이 있는 곳으로 간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 램 차란이 쓴 《세계 경제 축의 대이동》은 이런 주장을 담은 책이다. 즉 성장이 둔화된 북반구에서 북위 31도 이하의 남반구로 세계 경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S&P500 기업들의 수익 중 46%가 미국 밖에서 왔다”며 “이 수치는 미래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에 맞춰 프록터앤드갬블(P&G)은 생활용품 사업본부를 신시내티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최근의 신흥국 위기로 인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축의 이동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진행될 것이다. 운세는 부침을 거듭할 것이지만 축 이동의 전반적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는 기회와 부의 균등한 분포를 향해 필연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이동을 부채질하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사람들의 욕구다. 좋든 싫든 그런 변화들을 고려해 자신의 사업 위치를 어떻게 정할지를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원제는 ‘글로벌 틸트(기울어짐)’다. 그가 정의하는 글로벌 틸트를 요약하면 △북반구 나라들로부터 북위 31도 이하 나라들로 사업과 경제력이 이동하기 때문에 △기업의 지도자들은 북반구와 남반구에 관한 낡은 법칙과 사고방식을 버리고 △복잡성과 변동성을 다룰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열리는 거대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남반구 기업들은 북반구 기업을 집어삼키며 ‘빅 리그’에 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루미늄 사업을 하는 인도 기업인 힌달코다. 아버지의 때 이른 죽음으로 28세에 기업을 이끌게 된 쿠마르 망갈람 비를라는 힌달코보다 네 배나 큰 캐나다의 동종 기업 노벨리스를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실패하면 재정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그는 동요하지 않고 60억달러를 들여 2007년 노벨리스를 인수했다.

힌달코는 노벨리스를 인도의 기업으로 구겨넣지 않았다. 사업을 잘 이해하는 외국인 경영자를 영입해 피인수 기업을 그 자리에 두고 장기적 관점으로 운영했다. 불안정하던 노벨리스는 지난해 매출 110억달러, 이익 6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저자는 북반구 기업들이 이런 경향을 피하기보다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반구 산업이 무슨 자원을 필요로 하고, 그것이 어떤 기회를 창출할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간 약 1800만대의 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중국은 향후 20년 안에 생산을 연간 3600만대로 끌어올리려 한다. 자동차 부품들과 이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얘기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델파이는 이 흐름을 포착해 중국에 16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고 이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전략적 모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하는 것’에만 치중하다가 흐름을 놓친 코닥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과감한 선택과 실행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려면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라’는 주식시장의 압력을 이겨내고 10~20년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기술과 노하우를 빼앗길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중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시장을 선점한 제너럴일렉트릭(GE), 회사의 체질과 구조를 남반구에 맞게 수정해 성장 기반을 구축한 3M 등이 그 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