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케냐 인구는 약 4000만명이고 휴대폰 이용자는 2000만명이 넘는다. 그중 약 40%인 800만명이 엠페사라는 휴대폰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반면 케냐의 PC 보급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진국처럼 은행이나 현금인출기가 많지 않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왜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빠르게 보급된 것일까.

[책마을] 밑바닥을 얕보지 말라…그곳에 돈줄이 숨어 있다
《BoP 비즈니스》는 지구상에 40억명이나 존재하는, 1인당 연소득이 3000달러 미만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보여준다. BoP(Base of Pyramid)는 소득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쪽을 차지하는 사람들, 즉 빈곤층을 뜻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상대로 제대로 수익 내는 사업 모델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전 인류의 70%나 차지하는 이 거대 시장에는 다양한 사업 기회가 숨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BoP 시장은 숙성을 기다리는 미래 유망 시장이 아니라 지금 시급히 움직이지 않으면 기업의 존속조차 위태롭게 할지도 모를 사업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아프리카, 인도 등 저소득층의 모습을 실제로 촬영한 많은 사진을 싣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일견 비참해 보이는 생활상과는 달리 이들은 소비 의욕이 왕성하고 소비 수준도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기도 보급되지 않고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케냐 마을의 젊은이들이 휴대폰의 모바일 음악서비스를 이용한다.

섭씨 30도가 넘는 지역에서 냉장고는 없어도 5.1채널 스피커가 갖춰진 슬림형 TV를 소유한 집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한 가정의 연소득이 172만원에 불과하지만 161만원짜리 혼다 오토바이를 현금 일시불로 구입한다.

저자는 BoP 층의 특징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 내부에도 소득격차가 존재하며 대륙별, 국가별로 다양한 소비양식을 보여준다는 것.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농촌의 경우 식재료는 기본적으로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이나 오토바이를 사는 데 돈을 쓴다. 케냐와 같이 건조지대에서 생활하는 BoP 층은 소비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저자는 이미 BoP 시장에 적극 진출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 준다. 유니레버는 문자를 읽지 못하는 인도 농촌의 저소득층을 파고들기 위해 5만명의 판매원을 둔 네트워크 마케팅 조직을 만들어 생활용품을 팔고 있다. 보다폰은 아프리카에 진출해 모바일 인프라로 엠페사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저자는 “BoP 시장 개척은 신흥국에서의 사업 확대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의 브랜딩 강화와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빈곤층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회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회공헌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