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암검사 받으면 암에 빨리 걸린다?
1986~1993년 미국의 전립선암 진단율은 거의 두 배로 급증했다. 혈액을 이용해 전립선암을 찾아내는 전립선 특이항원(PSA) 선별검사를 도입한 결과다.

《과잉진단》의 저자는 이런 사례를 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전립선암에 가장 빨리 걸리는 길은 전립선암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현직 의사인 그는 이 책에서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등의 진단 기준이 바뀌면서 정상이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환자로 바뀌는 데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첨단 기술의 지원을 받는 각종 영상의학 검사, 암 조기 진단을 위한 각종 선별검사 등도 암 환자를 급증시키는 요인이다. 멀쩡한 사람에게 약을 팔아야 하는 의사들이 갇힌 복잡한 이해관계의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저자는 과잉진단으로 인한 사람들의 불편과 경제적 부담,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할 막대한 비용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조기진단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며 건강 불안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객관적이면서도 쉬운 설명, 진단검사의학 전문의인 저자의 깔끔한 번역이 돋보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