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다] "내가 살 만한 곳인지 생각해 투자부동산 골라야"
“자산운용사와 공제회 등 정보가 많은 기관투자가들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합니다. 개인도 무조건 고수익 부동산 상품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이 장기적으로 거주할 만한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부동산은 5년 뒤 가치를 내다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이승영 경찰공제회 사업개발이사(54)는 부동산 분야에서만 30여년 근무한 베테랑이다. 7000억원대 자산을 주무르는 그는 감정평가 업무에서부터 재건축·재개발 컨설팅, 경·공매 투자, 개발사업 발굴 등 안 다뤄본 업무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30년 부동산 전문가

1982년 한국감정원에 입사한 이 이사는 회사를 다시면서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5년간 근무한 감정원에서는 회계업무, 감정평가업무, 부동산 컨설팅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그는 “감정평가는 부동산 업무의 시작이자 끝”이라며 “부동산 평가의 기본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감정평가의 방법에는 주변 시세와 비교하는 ‘거래사례비교법’, 상가나 빌딩의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고려하는 ‘수익환원법’, 대상 건축물을 다시 지을 때 투입되는 원가 등을 고려한 ‘복성식(複成式)평가법’ 등이 있다. 이 이사는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유동인구, 교통 등 향후 개발 가능성 등 새로운 변수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8년간 한국부동산신탁에서 사업관리팀장으로 근무했다. 경기 용인시 솔레시티 등 아파트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와이즈에셋자산운용에서 부동산 운용본부장으로 근무하며 경·공매 펀드 등을 운용했다. 2008년부터 전문건설공제조합으로 옮겨 부동산펀드와 리츠 투자 등 다양한 개발사업을 발굴 및 추진했다. 지난 2월부터 자산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경찰공제회에서 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 조언은 필수

이 이사의 재테크 성적은 어떨까. “1980년대에 서울 대치동 일대 아파트를 5000만원대면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백만원이 모자라서 투자를 못 했어요.” 그래서인지 그는 후배들에게 내 집을 우선 장만한 뒤 투자 여윳돈을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금액의 크기를 떠나 투자금이 있어야 더 많은 정보에 귀기울일 수 있어서다.

그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의사를 만나 증세를 이야기해야 치료가 되듯 부동산도 전문가들에게 투자 여건에 대해 상담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 “발로 뛰고 현장을 가보는 게 필수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지역 중개업소를 몇 군데 들러 주변 시세나 부동산의 내력, 교통 여건 등 종합적인 상황을 상담받는 겁니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중개업소의 평가를 곁들이지 않으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반기 내 집 마련 호기

이 이사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이 내 집을 마련하는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갈수록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게 실수요자에겐 부담이다. 게다가 집주인이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받는 반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세입자는 주거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바닥 시점에서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4·1 부동산 대책이 나온 데다 경기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겁니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인식은 저변에 깔려 있지만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거래도 조금씩 늘어나고 전반적으로 시장은 안정될 겁니다.”

그는 경매도 가치 있는 투자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철저한 권리분석과 현장 조사를 주문했다. 무엇보다 경쟁자가 많은 것을 의식하지 말고 본인만의 ‘소신 가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낙찰이 안 돼도 본인이 생각하는 가격을 유지해야 합니다. 무조건 낙찰만 생각해 높은 가격을 적어내면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유망 지역으로는 삼성엔지니어링 등 기업체가 많이 이전하는 서울 강동구 일대와 하반기 주상복합아파트가 공급되는 위례신도시 등을 꼽았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