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관도 덮친 '통상임금'…행정법원, 정부에 "육아수당 더 줘라" 첫 판결
공공기관 근로자의 통상임금에도 고정 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민간 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판결이 잇따를 경우 민간 부문의 38조원과 별개로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모두 1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부장판사 최주영)는 근로복지공단 일반직 5급 직원 조모씨가 “상여금과 기타 복지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1년간 육아휴직 수당을 다시 지급해 달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장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상여금은 연봉제 적용 대상 이외 직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한 임금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이 기준으로 재산정한 육아휴직 급여와 이미 지급한 급여의 차액인 474만2324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4년 입사한 조씨는 출산 다음달인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육아휴직을 하면서 약 719만원의 휴직 수당을 받았다. 고용부의 통상임금 운영 예규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채 산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씨는 지난해 4월 분기별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그해 9월 이 기준에 따라 각종 수당을 다시 산정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이 확정되면 임금 체계가 비슷한 다른 공공기관 근로자들도 수당 재지급 또는 퇴직금 재산정을 요구하거나 소송 등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5개 발전 자회사 연합노조인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6월 회사 측을 상대로 정기상여금, 장려금, 교통비, 급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19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정소람/양병훈 기자 ram@hankyung.com

■ 통상임금

근로자에게 고정적·정기적·일률적으로 주는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 금액이다.

휴일·야근·잔업 등 각종 수당을 산정하는 기초가 된다. 고용노동부는 운영 예규를 통해 통상임금에서 고정 상여금을 제외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