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年 3%금리 정기예금 없어진다…이번주부터 이자 최대 0.3%P 떨어져
기준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은행들이 이번 주부터 잇따라 예금 금리를 내린다. 인하 폭은 최대 0.3%포인트에 달해 연 3%대 정기예금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은퇴 후 급여 소득 없이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층의 타격은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예금만 고집하기보다 채권, 주식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14일부터 전체 예금 상품의 금리를 0.2~0.3%포인트씩 내린다. 농협은행 예금 중 금리가 가장 낮은 기본 상품인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1.9~2.0%로 떨어지게 됐다. 물론 예금자가 받는 이자는 여기에다 지점장이 재량으로 얹어주는 전결금리 등이 더해지지만 그래도 연 2% 초중반에 머물게 된다.

우리은행도 0.1~0.2%포인트씩 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국민·신한·하나은행 등은 아직 인하 폭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0.2%포인트 안팎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 3%대 예금은 시중은행권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인터넷 전용 상품이나 우대금리가 높은 예금은 아직 연 3.0~3.1%의 이자를 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연 2%대로의 추락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증권사·보험사에 이어 이달 은행권이 판매를 시작한 ‘신 연금저축’ 등의 고금리 상품도 시차를 두고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저축은행, 농·신협,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예금 금리도 도미노식 인하가 예상된다. 이들 제2 금융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연 3.3~3.4%(3월 기준) 수준이지만 조만간 연 3%에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하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의 여파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낮췄을 때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年 3%금리 정기예금 없어진다…이번주부터 이자 최대 0.3%P 떨어져

올들어 정기예금 4조 이탈…채권·주식으로 돈 몰릴 듯

시기의 문제였지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금 금리가 내려가고 연금저축 등 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함에 따라 ‘이자 생활자’들의 소득 여건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금리 인하로 전체 예금 고객의 이자 수입이 연간 1조6800억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센터장은 “은퇴 생활자는 금리 0.1%에도 민감하다”며 “금리가 연 5.0%에서 연 2.5%로 낮아질 때 과거 수준의 이자 수입을 얻으려면 당연히 두 배의 목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력이 떨어진 예금에서의 자금 이탈 현상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 정기예금은 올 들어서만 이미 4조1000억원가량 빠져나갔다. 송민우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 PB팀장은 “시중 자금은 벌써 ‘금리+α’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상품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함에 따라 정기예금 위주의 안전 투자에서 벗어나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관심을 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당주 △해외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훈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PB팀장은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해외 기업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채권펀드나 신흥국 국공채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채권펀드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준영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WM센터 PB팀장은 “배당주나 이표채 등 정기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재산에 투자하는 인컴펀드도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과세 상품인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이 상승한 탓에 적절한 매수 시점을 고려해야 할 때라는 게 PB들의 조언이다.

비과세되는 브라질 국채의 경우 브라질 헤알화 가치 하락과 원화 가치 상승이 맞물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환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LS 투자의 경우 누적 수익을 한꺼번에 받는 일반 ELS에서 만기 후 받게 될 이자를 매달 나눠서 받는 월 지급식 ELS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