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히트 금융상품 'WMP'가 수상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최고의 히트 금융상품은 WMP(자산관리상품·wealth management products)다. 2012년 말 현재 발행잔액은 10조위안(약 1802조원)으로 2010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은행 영업점은 물론 포털에서도 WMP의 중국 이름인 ‘차이푸관리찬핀(財福管理産品)’ 투자 광고를 흔히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올 들어 WMP는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보고서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WMP를 통해 모집한 자금이 ‘그림자 금융(은행을 통하지 않은 자금 대여)’ 시장에 풀리면서 중국 금융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신들은 WMP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부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비슷하다고 경고한다.

◆투자자도 모르게 고위험 대출에 이용

WMP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연 7%에서 최대 15%에 이르는 높은 확정 수익률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대출금리를 억누르면서 주요 은행 예금 수익률이 연 3%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고수익 상품이다.

이는 WMP를 통해 모집한 자금이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이들에게 고리로 대출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2010년부터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부동산 개발업자와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이 주요 이용자다. 여신 한도로 은행에서 더 돈을 빌리기 힘든 지방정부들의 인프라 사업에도 WMP는 중요한 자금줄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이 어디에 대출되는지 자체를 모른다. 상품 설명서에도 투자 대상은 ‘부동산’ ‘인프라’ ‘기업’ 등으로 모호하게 나와 있다. 중국 5대 은행인 교통은행의 WMP를 분석한 FT는 투자금 중 70%가 어디에 투자됐는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금융 시스템 위기 부를 수도

문제는 WMP를 통한 대출의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폰지사기’로 변신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패트릭 소버넥 칭화대 교수는 “각기 다른 WMP 상품의 돈이 구분 없이 운용되다보니 상품별로 구체적인 수익이나 손실을 산정하기 어렵다”며 “WMP의 인기가 사그라지면 원금 상환도 위태로워져 시장 전체가 한순간에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MP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당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프라 및 부동산 개발 부문의 거품이 계속 팽창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사들이 은행 대신 WMP 자금을 이용하면서 금리 부담은 더 높아져 위험을 키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WMP의 부실이 중국 금융 전반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예금잔액에서 WMP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였지만 지난해 12.5% 수준까지 늘었다. 샬린 추 피치 수석연구원은 “중국 은행들은 WMP의 손실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고지조차 않고 있다”며 “WMP 시장이 붕괴되면 은행도 손실을 분담할 수밖에 없게 돼 중국 금융시스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