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자세가 부른 허리통증…이제 수술 없이 치료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창현 씨(42)는 최근 허리가 너무 아파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척추뼈가 심하게 변형돼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대학 때부터 20년 가까이 거의 매일 컴퓨터를 하면서 살았는데, 잘못된 자세로 허리에 무리가 간 탓이었다. 회사원 학생 등 매일 7~8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자세가 근육과 뼈 등 온몸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자동차를 운전해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성인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허리 통증을 치료하고 있거나 경험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만큼 척추질환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척추질환 가운데 허리디스크 치료 환자는 2006년 136만4895명에서 2011년 188만9926명으로 증가했다.

○무너지는 척추 건강

잘못된 자세는 근육, 관절, 인대, 뼈 등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친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근육이다. 김상준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앉아서 고개를 앞으로 쭉 빼거나 고개를 좌우로 기우뚱한 채 생활하면 목뼈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 근육에 영양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심하면 허리 등에 극심한 통증이 온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어도 근육이 만성적인 수축 현상을 일으키게 돼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노폐물인 젖산이 쌓인다. 그러면 피로감과 통증이 쉽게 온다. ‘근막통증증후군’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잘못된 자세 등에 의한 근막통증증후군은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50~74%로 보고돼 있다. 근막통증증후군은 컴퓨터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많다. 목, 허리, 어깨, 팔 등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근육 다음에는 뼈와 관절의 배열도 흐트러진다. 김 교수는 “다리를 꼬고 앉거나 서 있을 때 한쪽 다리에만 힘을 주면 신체의 불균형을 초래해 양쪽 골반의 위치와 어깨 높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앉을 때 엉덩이를 의자 앞으로 빼고 앉으면 척추가 휘거나 요통이 생기기도 한다.


○다양해진 허리통증 비수술 치료법

척추통증 치료는 환자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럽다. 수술을 한 뒤에도 각종 후유증을 보이는 사례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다양한 비수술 치료법이 개발돼 환자 부담을 줄이는 한편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박찬도 서울척병원 비수술치료센터장은 “척추질환이라고 하면 수술을 먼저 떠올리지만 마비나 대소변조절장애와 같은 중증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 한 비수술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질환의 원인, 증상 정도와 통증이 지속된 기간 등을 따져 가장 적절한 비수술 치료법을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허리디스크 치료에 많이 쓰이는 비수술 치료법은 신경성형술과 고주파수핵감압술, 경막외내시경술, 카이로프랙틱(뼈의 배열이 잘못돼 있을 때 손으로 맞추는 시술) 등이다. 신경성형술은 50대 이상 장년층에서 많이 시행한다. 척추 노화로 인대와 뼈가 두꺼워지고 척추관이 좁아져 통증이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척수 및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경막외강 안으로 직경 1㎜의 특수 카테터를 삽입, 신경 부종과 염증을 치료한다. 허리통증과 함께 다리 쪽으로 통증이 내려가는 방사통까지 겹칠 경우 FI 주사치료가 주로 쓰인다. 디스크 염증을 줄여주는 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를 섞은 것으로, 1~2주 간격으로 3회 정도 주사하면서 예민해진 조직 통증을 완화시킨다. 만약 디스크 탈출로 허리 통증이 심하다면 고주파수핵감압술이 쓰인다. 고주파 열에너지를 방출하는 특수 바늘을 탈출된 디스크에 삽입, 디스크를 줄이는 시술이다. 50도 내외의 저온 고주파열로 주변 조직의 유착을 줄이기 때문에 합병증 위험이 작다. 이외에도 최근 ‘비침습(비수술)’ 치료법으로 획기적인 ‘페인 스크램블러’가 국내에 도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세사랑병원이 국내 첫 도입한 ‘페인 스크램블러’는 인위적으로 무통증 신호를 만든 후 척추 통증 부위의 주변 피부에 부착하고, 비침습 전극을 일으켜 뇌에 전달하는 치료법이다. 통증 신호와 무통증 신호를 섞은 채 뇌로 전송, 전혀 다른 신호로 인식하게 만들어 통증을 잊게 하는 원리다. 손준석 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페인 스크램블러는 만성·난치성 척추 통증뿐만 아니라 목·어깨 등 통증이 발생하기 쉬운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며 “물리치료와는 전혀 다른 통증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한 자세 유지하면 안 좋아

전문의들은 척추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자세를 교정할 것을 주문했다. 박동식 강동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 눈과 모니터와의 거리는 30~70㎝ 간격을 유지하고, 컴퓨터 모니터의 중앙이 눈에서 약 15도 아래쪽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책상 위에서 공부나 작업할 때 목이 앞으로 구부러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책 받침대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교수는 “올바른 자세라도 오랫동안 한 가지 자세를 취하면 근육이 쉽게 피로해진다. 한 시간에 10분 정도는 꼭 휴식을 취하고,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야 근육과 관절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박찬도 서울척병원 비수술치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