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룬파(周潤發) 류더화(劉德華) 등과 함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홍콩영화 전성시대를 상징하는 배우. 국내 초콜릿 CF에서 부드럽고 애절한 목소리와 모습으로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한 배우. 1970년대 ‘레슬리 청’이란 미소년 가수로 국내에 이름을 알렸고, 현재 외국어 표기법으로는 장궈룽으로 적는 배우. 만우절(4월1일)에 세상을 등진 배우. 바로 장국영이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은 10년 전 ‘더 이상 세상을 사랑할 수 없다’는 글을 남기고 자살로 삶을 마감한 장국영을 추모하는 책이다. 홍콩영화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의 삶과 영화를 추억한다. 홍콩에서 영화촬영지와 단골가게, 생전 거주지 등 장국영의 자취를 따라간 6일간의 추모 여행을 시작으로 12개의 키워드에 그의 삶을 담았다.

각각의 장은 그가 출연한 영화 속 인물의 삶과 실제 삶을 배치한다. 57편에 달하는 그의 영화를 꿰뚫고, 수십 차례 홍콩을 오가며 수집한 자료를 정리해 외로웠던 유년의 삶, 7년의 무명 시절, 여러 인연으로 얽혔던 여자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과의 관계, 간절했으나 죽을 때까지 이루지 못했던 감독의 꿈 등 그의 인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영화 주간지 기자인 저자가 취재 현장에서 만난 유명 홍콩 배우와 감독들이 추억하는 장국영도 들려준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평전은 아니다. 일방적 구애로 느껴질 만큼 ‘그 시절 장국영’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난다. 저자가 홍콩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영화 스틸컷, 장국영이 방한했을 때 찍은 사진 등 책에 실린 다양한 화보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