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가 반한 17세 소년…3000만弗 '대박'
“작년 11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섬리(Summly)를 내놓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회사를 팔아 번 돈으로는 나이키 운동화와 새 컴퓨터를 사고 싶어요. 나머지는 은행에 맡겨야죠.”

2년 전 15세의 나이에 뉴스를 자동으로 요약해주는 아이폰용 모바일 앱을 내놓은 영국의 인터넷 천재 소년 닉 댈로이시오(17·사진)가 수천만달러의 부를 거머쥐게 됐다. 그가 작년에 설립한 회사 섬리를 미국 야후가 인수한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하면서다. 야후는 구체적인 인수가격을 밝히지 않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댈로이시오가 약 3000만달러(약 330억원)를 벌어들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야후가 반한 17세 소년…3000만弗 '대박'
섬리는 세계 언론매체들이 쏟아내는 각종 뉴스를 개인의 관심사에 맞춰 요약해주는 모바일 기기용 앱이다. 애덤 케이언 야후 수석부사장은 이날 “모바일 기기가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지만 기사와 웹페이지는 여전히 마우스 클릭에 맞게 제공되고 있다”며 “이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맞도록 바꿔야 하는 과제를 섬리가 해결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댈로이시오는 “역사 공부를 하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다”고 말했다. “구글로 검색하면 너무 많은 검색 결과가 나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이런 생각으로 그는 2011년 기사를 짧게 요약해주는 ‘트리밋’이라는 아이폰용 앱을 개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꿈을 꾸는 수많은 10대 중 한 명이던 댈로이시오를 일약 유망 벤처사업가 반열에 올려놓은 건 아시아 최대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었다. 그가 이끄는 벤처캐피털 호라이즌벤처가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전문 블로그 테크크런치에서 트리밋에 대한 기사를 읽고 댈로이시오에게 다짜고짜 이메일을 보내온 것. 리 회장은 트리밋에 30만달러를 투자했고 댈로이시오는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아낸 최연소 사업가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그는 “그들은 15세에 불과한 나를 상대로 도박을 걸었다”고 말했다.

댈로이시오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연구·개발(R&D) 업체 SRI인터내셔널의 도움을 받아 트리밋을 한 단계 발전시킨 섬리를 내놓았다. 리 회장의 투자로 이미 유명세를 탔던 터라 섬리에는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 소셜게임업체 징가의 마크 핀커스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인사들이 추가로 100만달러를 투자했다. 섬리는 약 100만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 중이다. 야후는 이 앱을 없애고 자사의 모바일 서비스에 통합할 예정이다.

야후가 섬리를 인수키로 한 건 모바일 콘텐츠를 통해 위기에 빠진 회사를 회생시키겠다는 머리사 메이어 CEO의 구상에 따른 것이다. 댈로이시오는 “나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우리 기술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라며 “야후의 명성을 통해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댈로이시오는 호주 출신 은행가인 아버지와 변호사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호주와 영국에서 자랐다. 9세 때 부모에게 선물받은 컴퓨터로 혼자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깨우쳤으며 12세 때 처음 모바일 기기용 앱을 개발했다. 댈로이시오는 회사 매각 후 야후에 입사해 런던법인에서 일할 계획이다. 재학 중인 킹스칼리지스쿨은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시험만 보기로 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면 컴퓨터보다는 철학 중국어 등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