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옛 그루지아), 터키, 그리스, 이란까지. 180일 동안 7개국 1,200km를 자전거 한 대로 누빈 스물여덟 청춘의 여행 에세이 '슈슈, 내일도 같이 놀아줘(황금시간)'가 출간됐다.

저자 이시우 씨는 전국 대회를 2연패했던 촉망 받는 보디빌더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꿈을 접어야 했다.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한 후 다시는 절망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향한 곳은 중국. 동행이라곤 인터넷으로 구입한 19만원짜리 자전거 ‘씽씽이’ 뿐이었다.

처음에는 중국 대륙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널 생각이었지만 길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들과 교감하기 시작하면서 저자의 여행은 따뜻한 방랑으로 바뀌어간다.

중국에서 만난 10살 소녀가 ‘슈슈(아저씨)’라고 부른 데서 따온 제목처럼, 책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의 교감이다.

아이들과 스파이더맨 놀이를 하고, 한류 덕에 “구준표 오빠, 사랑해요” 소리도 듣고, 조지아 레네에서는 현지 가족의 일원이 되어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방귀쟁이 마기야와는 덤 앤 더머가 되어 달리는 트럭에서 춤추고, 터키 카파도키아 동굴에서는 텐트를 치고 손님을 맞고…. 마음 가는 대로 머물고 다시 떠나는 무계획 여정을 통해 저자는 낯선 세상과 눈높이를 맞추고 누구에게든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글과 사진에는 가난하지만 정 많은 사람들의 환한 미소와 아이들의 수줍은 표정이 가득하다. 추위와 더위, 비바람, 배고픔을 견디는 시간이 적지 않았지만, 이 겁 없는 청년의 행보는 늘 발랄하고 엉뚱하며 따뜻해서 웃음이 난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의 풍경과 문화를 접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저자는 책이 나오기도 전에 다시 길을 떠났다. 세계 최대의 모래사막인 ‘엠티 쿼터’의 도보횡단 원정대에 속해 꿈에도 그리던 사막 1,200km를 지금 걷는 중이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