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3일 오후 3시19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회사 벅셔해서웨이가 과연 5년 안에 파산할까. 과거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문제를 놓고 머리를 굴리는 기관투자가와 거액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증권사에 목돈을 맡길 때,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0.5%포인트 안팎 금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벅셔해서웨이의 부도위험까지 가미한 상품을 앞세워 증권사 특정금전신탁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금리 플러스 알파(+α)’를 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은행 특정금전신탁 수탁액을 뛰어넘었다.

○특정금전신탁 100조원 넘어

증권사가 직접 판매하는 특정금전신탁 수탁액은 지난해 말 현재 103조원으로 2010년 말(58조원)보다 77.6% 늘었다. 은행 특정금전신탁 수탁액(98조원)보다 5조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증권사 특정금전신탁이 급증한 것은 증권사들이 ‘+α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팔고 있어서다. 특정금전신탁이란 투자자가 투자 대상과 방법을 정한 뒤 돈을 맡기면 그 대상에 투자한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증권사들은 운용수수료를 받는다.

증권사들이 최근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파는 주력 상품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다. 특정 국가나 회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얹을 경우 금리가 높아진다는 장점을 활용해 다양한 ABCP를 발행하고 있다.

NH농협증권은 지난달 28일 SK에너지 사모사채(금리 연 3.0%)에 벅셔해서웨이의 CDS 프리미엄(연 0.5% 이상 추정)을 얹어 연 3.5%의 수익률을 내는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CDS 프리미엄이란 특정 채권이 부도날 경우 원금을 갚아주기로 약속하고 받는 ‘보험료’다. 안전한 두 상품을 합쳐 정기예금 이자율을 웃도는 5년 만기 ABCP로 둔갑시켰다.

이런 식의 ABCP 금리는 회사채 금리보다 약간 높다. ‘+α’에 굶주린 기관과 거액 자산가들에게 쪼개 팔면 인기가 높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금융권 전체 신탁자산의 17.6%에 불과했던 CP는 2011년 말 ABCP를 중심으로 신탁자산의 42.4%까지 늘었다.

○CDS 편입으로 인한 위험성 증가

증권사들이 ABCP를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은 ABCP의 장점 때문이다. 회사채처럼 만기 제한 없이 발행할 수 있다. 기업어음(CP)의 일종이므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리스크(위험)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도 다양한 상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증권사들이 ‘+α’를 얻기 위해 애용하는 것이 CDS프리미엄이다. CDS는 평소엔 괜찮지만 대상 국가나 기업이 잘못되면 해당 채권의 원금을 모두 물어줘야 한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에서 한꺼번에 돈이 빠질 경우도 문제다. 해지요구가 잇따르면 투자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어 자산가격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막기 위해 오는 5월부터 만기 1년 이상인 장기 CP를 발행할 경우 증권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