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에 의지하지 않으며 신앙을 가진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똑같이 받아들일 수 있는 도덕에 대한 접근법입니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었던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 스님(사진)은 이렇게 주장한다. 신간 《달라이 라마의 종교를 넘어》에서다. 종교지도자가 자신의 종교보다 도덕을 사람들이 의지할 푯대로 제시한 건 무슨 까닭인가.

“종교는 과거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다양화된 세계화 시대에는 종교가 인간의 모든 고민과 문제들에 해답을 줄 수 없습니다. 종교를 초월한 삶의 방식과 행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유사 이래 종교가 인간의 두려움과 불안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지만 개인 간 혹은 국가, 민족 간에 분쟁의 씨앗이 된 지도 오래다. 이 때문에 달라이 라마는 하나의 도덕, 하나의 종교를 기준으로 세상을 평가하지 말고 세상의 빠른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열린 사고를 가지라고 당부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라이 라마는 종교가 있든 없든 서로 관용과 존경을 나눠야 하며 그런 바탕 위에서 종교를 넘어선 현실 인식과 내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종교는 곧 도덕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종교보다 더 근본적인 인간의 영성에 집중해 종교의 본래 가치인 자비심과 사랑으로 서로를 이해하면 평화롭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스페인의 수도원에서 달라이 라마와 수도자가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다.

“수도원 뒤편에서 은둔자로 다섯 해를 보낸 그에게 그 시간 내내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사랑에 대해 명상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홀로 지냈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의 예가 여기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다른 사람과 연결하는 것은 따뜻한 마음과 자비입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