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핀란드 기업 프레드릭이데스탐은 남부에 펄프제지 공장을 세운 뒤 착실히 사업해 굴지의 제지업체로 성장했다. 1900년대 들어 전기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자 1902년 발전소를 세워 인근 지역사업자들에게 전력을 공급했다.

그러나 1910년 말 재정적 난관에 부닥치자 고무회사와 합병했다. 경영 정상화를 이룬 이 회사는 1920년대 초 전화 서비스가 급성장하는 것을 보고 1922년 케이블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100년간 주변 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전 세계 통신시장을 호령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10년 이 기업의 가치는 400억달러로 평가됐다. 바로 노키아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저자는 2년 전 글로벌기업 P&G의 제지사업부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구성한 팀을 이끌면서 이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때까지 장기적인 계획 수립에 회의적이던 팀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노키아가 해냈는데 우리라고 왜 못하겠나”란 공감대가 형성되며 모두가 적극 뛰어들었다.

《스토리로 리드하라》의 저자는 비즈니스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밝히면서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은 스토리라고 주장한다. 비즈니스에서 스토리텔링 능력은 조직 내외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행동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라면 스토리텔링 능력이야말로 리더의 으뜸 덕목이란 것이다. 사실을 그 자체로 전하는 것보다 스토리 형태로 전달할 때 기억하기 쉽고 감정에 호소해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가령 직원들에게 성실해야 한다고 아무리 강조해야 별 의미가 없다. 실수를 숨기고 회사에 수천달러의 손해를 입힌 이전 직원 이야기, 실수를 인정해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얻고 더 많은 주문을 받아낸 직원에 대한 스토리를 전할 때 직원들은 비로소 성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스토리란 단순하고 유행을 초월하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전염성이 강한 특징을 지녔다.

저자는 13개국 75명의 최고경영자(CEO)와 50여명의 임원을 인터뷰해 800가지 리더십 스토리를 수집했다. 효과적인 스토리에는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중요한 리더십 과제를 21가지로 분류한 뒤 그 과제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 100여개를 실었다.

그중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 바깥에서 해결책을 찾아 20세기 중반 미국 세탁세제 최고의 브랜드로 도약한 ‘타이드’의 스토리는 흥미롭다. 당시 세탁세제 개발팀들은 화학성분이 너무 약하면 더러움을 제거하지 못하고, 너무 강하면 세탁물이 손상되기 때문에 옷감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흙과 얼룩이 서로 싸우게 하는 적당한 화학식을 찾는 데 몰두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세탁기를 돌릴 때 옷에서 떨어져 나온 흙이 다른 옷에 옮겨붙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다.

한 연구원이 “처음부터 흙이 다른 옷감에 옮겨붙지 않도록 세탁기 속에서 결합반응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