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설(2월10일)을 전후해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비리 연루 측근들의 특별 사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종교계를 비롯해 경제계, 정치권 등에서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임기 내 특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특사를 단행하면 생계형 범죄자가 우선적으로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 이 전 의원과 최 전 위원장, 천 회장 등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이 전 의원과 최 전 위원장, 천 회장을 특사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자신의 형을 비롯해 측근들을 사면해주는 게 욕 먹을 일인 줄 안다. 그러나 이 전 의원(78)이나 최 전 위원장(76)은 모두 80세를 바라보는 노인들이다. 대통령 입장에선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 측근의 특별사면은 곧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

일단 이들은 형식상 특사 대상에 포함된다.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은 2심에서 각각 2년6월과 2년의 징역형이 선고된 뒤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들이 상고를 포기한 건 특사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 전 의원은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하지만 이달 25일 이전에 형이 선고될 예정이어서 항소를 포기하면 내달 중 특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역대 정권에서도 임기 말에 정치인을 사면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2년과 2007년 대선이 끝난 뒤 정치인을 포함해 100명 안팎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문제는 야당과 여론의 동향이다. 특사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비리 연루 측근을 사면하는 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국민에 대한 우롱”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권력형 비리 인사들을 풀어주기 위한 불장난을 벌이고 있다”며 “권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고 또다시 권력을 앞세워 면죄부를 주겠다니 경악스럽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도 대통령 측근의 사면에 거리를 두려고 한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청와대와 박 당선인은 대통령 특사와 관련해 특별히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인수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측근이 사면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국민 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것 아니냐”며 “새 정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특사 대상에 이 전 의원 등 측근은 뺄 가능성도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