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외곽에 사는 사토 히로미(佐藤廣美ㆍ31) 씨는 ‘프리터 생활’ 10년차다. 프리터는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를 합친 일본식 조어로 일정한 직장 없이 파트타임으로 생활비를 버는 젊은이를 일컫는 말이다. 1980년대 말 거품 붕괴 이후 생겨난 신조어다. 사토씨의 1주일은 들쭉날쭉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주로 백화점에서 여성복 점원으로 일한다. 하루 10시간씩 일해서 받는 일당은 1만엔(약 12만원) 정도.

백화점 비수기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으로 일자리를 옮긴다. 평일 비는 시간엔 파트타임 소개소 등을 통해 그때그때 일거리를 찾는다. 한 달 총수입은 10만엔을 조금 넘는다. 여동생과 둘이서 사는 집의 월세를 내고, 각종 공과금을 처리하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 빠듯한 생활이다. 사토씨는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여름철엔 전기료가 너무 부담스러워 주로 은행이나 도서관 등을 전전한다”며 웃었다.

사토씨처럼 프리터 생활을 하는 일본 젊은이(15~34세)는 작년 기준으로 176만여명에 달한다. 같은 연령대 인구의 10% 수준이다. 한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리터족이 크게 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프리터는 작년 8월 말 기준 93만여명에 달했다. 15~34세 707만여명의 13.1%를 차지했다. 여기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먹는 젊은이인 ‘니트(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니트족수는 1995년 51만명에서 2010년 130만을 넘어섰다. 특히 고학력 니트족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990년대 일본의 프리터와 니트족 증가세가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며 “니트족의 확산은 소비 감소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려 불황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서정환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