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유민주당의 ‘아베 정권’이 26일 공식 출범했다. 2009년 9월 민주당에 권력을 넘긴 지 3년3개월 만의 복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정권의 색깔은 분명하다.

정치는 ‘극우’, 경제는 ‘완화’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내각은 ‘망언제조기’ 인사들로 편성하면서도 우선순위는 경제에 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한국의 새 정부와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체제인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이 경제를 살리는 데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자민당 정권의 수명을 결정할 분수령은 내년 7월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다. 이 선거에서도 압승할 경우 극우적 본색이 더 강화될 우려가 높다.

◆일단 경제부터 살리기

아베 총리는 새로 꾸린 내각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금융상 등 극우 인물들을 대거 기용하면서도 전면에는 ‘경제’를 내세웠다.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등 평화헌법 개정이라는 극우 정치인들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을 통해 민심을 달래놓을 필요가 있다는 계산이다. 내각 구성에 극우 인사들을 대거 배치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헌법 개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가 제시한 ‘아베노믹스’는 돈을 왕창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실패하면 성장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뛰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재정 파탄으로 국가신인도가 하락할 우려도 높다. 다나카 아이지(田中愛治) 와세다대 교수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효과가 미미할 경우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의 변신 언제까지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한 아베 총리는 총선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졌다. 기존의 극우적 태도는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유화 제스처로 바뀌었다.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정부 공식 행사로 승격시키겠다던 총선 공약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난 21일 “종합적인 외교 상황을 감안해 고려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 총리시절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고 했던 발언은 “외교문제가 되고 있어 언급하지 않겠다”로 수정됐다.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공무원을 상주시키겠다는 공약도 유보시켰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각료들도 아베의 유화정책에 동참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임 외무상은 “중국 한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과 협력하고 미ㆍ일 관계 재구축에 힘을 쓰면서 경제외교를 핵심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신임 방위상도 중국과의 동중국해 영토분쟁과 관련, “일본이 ‘평화적 국가’로 남도록 중국과 대화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아베의 변신 목적은 내년 7월 열리는 참의원 선거다. 주변국과의 갈등이 격화할 경우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에 직면,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일 또는 중·일 관계의 악화를 우려하는 미국의 입김도 작용했다.

그러나 아베의 유화 제스처가 평소의 신념이 아닌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나온 것인 만큼 오래 가진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곧바로 옛날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예전에도 그랬다. 아베는 2006년 처음 집권했을 때도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는 등 유화적인 정책을 펼치다가 이듬해 지지율이 하락하자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고 이와 관련한 광고를 미국 신문에 게재하는 등 극우 본색을 드러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