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내년부터 은행들에 대해서도 동반성장지수를 매기기로 했다. 중소기업 대출 규모, 금리 수준 등을 평가해 ‘친(親) 중소기업 은행’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올해 대기업의 반발을 무릅쓰고 동반성장지수 발표를 강행했던 동반위가 은행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나서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내년부터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을 대기업에서 은행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조만간 지수 산정 기준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금융사, 특히 은행들은 업의 특성상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경기 침체기에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선도적으로 동반성장 대열에 합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전년 말보다 2.4%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대기업 대출은 30.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성장지수는 납품업체에 대한 지원 실적과 중소기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종합, 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제도. 점수를 합산해 △우수 △양호 △보통 △개선 등 4개 등급을 매긴다. 양호 이상 등급 기업은 공공기관 입찰시 가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은행들에 대한 지수 평가 기준은 중소기업 대출 실적 및 금리 등을 비교하는 정량 평가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 정성 평가를 종합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평가 대상은 기업대출을 취급하는 모든 은행이며 개인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은 일단 배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위는 지난 5월 상호출자 제한을 받는 200대 매출 대기업 중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지수를 처음으로 매겨 발표한 바 있다. 평가 결과 최상위 등급인 ‘우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포스코 삼성전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 6개 기업이 받았으며, 최하위 등급인 ‘개선’에는 효성 LG유플러스 STX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동부건설 홈플러스 등 7개사가 꼽혔다. 하지만 당시 개선 등급을 받은 대부분 기업들은 평가 잣대의 공정성 등에 문제가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한편 유 위원장은 당초 연내 선정하기로 한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대해 “선정 작업이 현재 70~80% 정도 진행됐다”며 “다음달 중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 확정되면 대기업은 해당 업종에 진출할 수 없다. 이미 진출한 대기업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 등을 권고받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