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유 씨는 자신의 인생을 고백한 에세이 《그림꽃, 눈물밥》(비채)도 최근 펴냈다. 자신의 대표작 140여점을 직접 고르고 이를 그린 시기에 겪었던 아픔을 있는 그대로 풀어냈다.

그는 결혼 후 가족과 함께 축사에서 살 정도로 고단한 시절을 보냈다. 화가라는 가난한 직업을 강하게 반대한 아버지와는 결국 등을 돌려야 했다. 화가가 되고 나서도 재능을 끊임 없이 의심하며 끝내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삶의 유일한 희망은 역시 그림이었다. 이런 질곡이 담긴 그림과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작품 시기를 4기로 나눠 담았다. 그림의 기법을 통해서도 인생을 살펴볼 수 있다. 1기 작품은 고교시절부터 1998년 사이의 작업. 얼굴을 구체화한 그림인 ‘구상연구’ 시기다. ‘성냥갑의 여인’이나 부채춤을 추는 소녀, 장구 및 거문고를 연주하는 이들을 그리기도 했다.

2기는 점으로 만든 이미지의 시기다. 1999년부터 2004년 사이 꽃, 별, 나비 등을 소재 삼아 점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구현했다. 그는 “창 밖에서 부는 바람의 날갯짓을, 행복한 듯 보이는 꽃과 나비의 생동감을 화폭에 담았다”고 했다.

3기는 그를 ‘크리스티의 스타 작가’로 만들어준 ‘이중 그림’ 시기다. 마릴린 먼로, 마오쩌둥, 존 F 케네디 등 유명인의 얼굴을 주제 삼았다. 책에는 이 외에도 올해에 그린 제4기 작품과 작업실 곳곳의 풍경, 사다리에 올라 집요하게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수록돼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