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66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선양하며 세종의 성덕과 그 위업을 추모하며 한글의 연구·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한글은 이미 전 세계 언어학자들로부터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문자라는 칭송을 받았고 세계 각국에서는 한글의 과학적인 체계성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언어는 존재하되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의 사라져가는 언어를 기록하기 위해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글 채택을 권장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소수민족들이 한글을 사용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해외 세종학당에서 한국어와 한글교육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실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한글날을 앞두고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한글날의 창시자 주시경 선생의 묘소를 찾았다. 한글날이 다가오면서 뭔가 착잡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아무리 글로벌시대라 하더라도 이렇게 훌륭한 언어의 주인인 우리가 우리 한글을 푸대접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외국어로 된 간판이 넘쳐나고 있는 거리, 일상 언어생활에서도 외국어를 섞어 써야만 유식한 사람처럼 인식되는 야릇한 풍토, 게다가 외국어를 혼용하거나 국적 불명의 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들의 언어생활. 그뿐만이 아니다. 청소년의 우상인 유명 연예인과 가수의 이름도 외국어를 차용한 것이 많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청소년들이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용하는 비속어와 축약어가 급속히 퍼져 있고, 맞춤법은 고사하고 국적을 알 수 없는 단어들이 판치고 있어 한글의 장래가 정말 걱정스럽다.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는 비속어 때문에 어른과 청소년 사이의 소통이 힘들다고 한다. 일부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67%가 이러한 비속어나 은어, 욕설 등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기의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해서는 학교나 가정, 그리고 언론매체를 통해 언어 순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자랑스러운 한글에 대한 의미가 점점 퇴색돼 가고 한글날이 언제인가를 모르는 청소년이 절반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한글날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조명해 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오죽 답답했으면 국민의 84%가 공휴일로 지정하자고 했겠는가?

우리 한글이 머지않은 장래에 세계의 공용 문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국가적으로 한글날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각급 학교에서도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청소년들의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공모전 등을 개최해 우리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왕 10월5일부터 11일까지를 한글 주간으로 정했으니 이 기간만이라도. 이것이 욕심이라면 오늘 한글날 하루만이라도.

이준순 < 서울교총 회장 ang66666@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