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률은 0.5%도 되지 않아요. 어떤 달에는 아예 반품이 없기도 합니다."

유럽에서 스타킹, 스카프 등을 수입·판매하는 '메종드셀린느'의 김현정 대표(사진)는 쇼핑몰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반품' 얘기부터 꺼냈다. 지난달 25일 서울 한남동 팔러에서 2009년 4월 창업한 이래 매년 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김 대표를 만났다. 그가 운영하는 쇼핑몰은 수 십억씩 매출을 올리는 등의 폭발적인 성장세 대신 탄탄한 기반을 갖춘 쇼핑몰로 업계에서 꼽힌다.

특히나 메종드셀린느는 국내 유래 없는 100% 직접 수입, 100% 사입, 100% 재고 보유 원칙을 고수하는 온라인 셀렉트 숍이다. 보통 수입 철차를 대행업체에 맡기거나 구매대행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과는 직접 수입, 통관, 운송해 개별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를 장점으로 삼아 90%의 쇼핑몰이 6개월이면 사라진다는 온라인쇼핑몰 시장에서 4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김 대표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릴 수 있었던 비결로 상품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상품의 부피가 적고 △반품률이 낮은 상품일 수록 유리하다는 것. 이러한 조건을 갖춰야만 초기에 쇼핑몰 사업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품질까지 갖춘다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이 같은 안정적인 매출을 바탕으로 하나씩 아이템을 추가하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처음에는 스타킹부터 시작했어요. 상품의 특징상 일단 착용하고 나면 반품이 어려운 품목이죠. 이 매출을 시작으로 현재 스카프, 신발, 백, 의류까지 아이템을 확대한 겁니다."

그가 스카프 사업에서 확대한 브랜드는 프랑스 <페트뤼스(Petrusse)>다. 프랑스와 유럽의 고전적인 직물패턴을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브랜드다. 김 대표는 대기업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제치고 <페트뤼스>의 독점 수입권을 2010년 따냈다. 오프라인에 매장 하나 없이 독점권을 받은데다 올해에는 5년간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계약'의 비결로 △과욕을 부리지 말고 △현지 물류시스템을 이해하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몇가지 아이템만 구매해서 판매하는 수준이었어요. 그러다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편집숍에서 같은 제품을 저희 쇼핑몰 보다 3배 가량 높게 판매하고 있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차 싶으면서 아예 수입권을 빨리 따와야겠다 싶었죠. 국내 브랜드 의류가격은 유럽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수입 제품은 현지가보다 훨씬 비싸게 한국에 판매되곤 하는데, 이런 점을 깨고 싶었거든요."

김 대표는 그 길로 프랑스행 비행기를 탔다. 직거래로 유통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100% 완전사입제 및 유럽현지가 그대로 판매를 고수하겠다는 원칙을 지키겠노라 본사를 설득했다. 본사의 요구사항은 의외로 간단했다. 원칙을 지키돼 매년 성장해 달라는 당부였다. 자본금 7000만원에 직원도 언니와 동생으로 3명 뿐이었지만 프랑스 본사는 김 대표에게 독점권을 줬다. 이렇게 계약을 1년씩 갱신하다 올해에는 아예 5년이라는 장기 재계약을 체결했다.

"저희 쇼핑몰은 편안하게 온라인으로 쇼핑하고 다음 날 받아보지만, 지불하는 가격은 유럽에서 지불하는 가격 그대로입니다. 직거래로 가격 거품을 빼다보니 올해 한-EU 자유우역협정(FTA)으로 관세가 없어지거나, 낮아진 제품의 경우 가격을 모두 하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과감하리만큼의 이러한 '100% 사입' 유통형태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일상화된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프랑스 쥬얼리 회사에서 중국과 프랑스간 소싱을 담당하는 바이어로 활동한 경력이 도움이 됐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시장에서는 어음결제나 본사에게 재고 떠넘기기 등의 관행이 거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유통하는 사람이 책임을 져서 사오고 판매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죠. 우리나라 무역상들은 많은 물건을 떼와야 마진도 많이 남고 신뢰를 얻을 거라 생각하는 데 실제로는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거래 초기부터 많은 물량을 주문받는 걸 오히려 부담스러워 합니다. 이런 점을 간파해서 오히려 경쟁력을 얻게 된 것 같아요."

메종드셀린느는 본사가 부산인데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 또한 제품 가격의 거품으로 이어지는 점을 우려해서라고 김 대표는 전했다. 점포에서의 권리금과 월세 등을 감안해보면 이러한 부담이 제품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이 고향인데다 세 자매가 중심으로 일을 꾸려가다보니 굳이 서울행은 필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분간은 온라인 쇼핑몰을 더욱 성장시킨 후, 홍보 및 고객서비스 차원의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은 35%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합니다. 현재 제품의 판매가격에 백화점 수수료 35%와 이에 따른 부가세 10%를 더하게 되면 매장 직원 인건비와 매장 관리비를 더하지 않더라도 제품 가격은 150% 정도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유럽 현지 판매가로 판매한다는 원칙을 지킬 수 없기 때문에 백화점 입점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4년 동안 꾸준하게 상품을 늘리다보니 메종드셀린느의 고정 구매고객도 1만명에 달한다. 김 대표는 이 중 VIP 고객들과 카카오톡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사진등을 업데이트하고 실시간 상담 또는 서로의 안부 등을 묻고 있다. 인터뷰 중에도 서울에 올라왔다는 소식에 VIP 고객들의 친근한 메세지들이 이어졌다.

"고객분들 대부분은 실명으로 후기를 남기는 것조차 꺼러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인도 있고 방송관련 종사자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구매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시더라구요. 카카오톡으로 주로 상담하고 소통합니다. 단골 고객에게는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따로 드리고 있어요."

그렇지만 일부 쇼핑몰들이 돈을 지불하면서 강행하는 이름바 연예인 협찬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모든 가격 거품을 빼겠다는 원칙이 홍보에도 반영됐다.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분들의 상담 전화를 받는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통 직접 구매를 하시는 편이예요. 거액의 돈을 지불해야하는 연예인 마케팅에 응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