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62만가구 '교육빈곤층' 전락
교육비와 의료비 부담이 새로운 빈곤층을 양산하고 있다. 많은 가계부채와 낮은 소득으로 인해 매달 적자를 내면서도 높은 교육비 때문에 다른 소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육빈곤층은 80만가구를 넘어섰다. 또 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가구는 62만가구에 육박했다. 주택에 이어 교육과 의료비 부담이 경기불황에 신음하는 가계를 더욱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교육비 과다 지출로 빚 눈덩이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40대 중산층 교육비 부담 크다’라는 보고서에서 교육빈곤층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부채가 있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상태에서, 전체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를 지출해 빈곤하게 사는 가구’를 말한다. 연구원 집계 결과 교육빈곤층은 82만4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해 전체 소비지출의 28.5%를 교육비로 썼다. 2인 이상 가구의 전체 지출수준(18.1%)보다 10.4%포인트 높았다. 반면 의식주 지출 비중은 가구 평균보다 3.4%포인트, 상품 및 서비스 지출은 평균보다 7.0%포인트 각각 낮았다.

사교육비 부담이 가장 컸다. 교육비 과다 지출로 인해 빚은 더 늘고 있다. 교육빈곤층은 월평균 68만6000원의 적자를 냈다. 313만원을 벌어 교육비(86만8000원)를 포함, 381만5000원을 쓴다는 것.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빚을 끌어다 쓰게 되고 이로 인해 지출을 더 줄이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빈곤층의 주류는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40대 중산층이었다. 소득수준별로 구분했을 때 중산층 61만9000가구가 교육빈곤층에 속했다. 전체 교육빈곤층의 73.3%였다. 연령별로는 40대가 50만3000가구로 절반(50.3%)가량을 차지했고 50대가 23.5%로 뒤를 이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중한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인부담 상한선제 도입해야”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0년 6월 말 기준으로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로 쓰는 가구는 61만8000가구에 달했다. 이는 전체 1595만가구의 3.9%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의료비 지출이 소득의 40%가 넘으면 이를 ‘재난적(catastrophic)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 비중은 2002년 1%대에서 2006년 3.3%, 2008년 3.6%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족 중 한 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병에 걸리면 사실상 가계가 파탄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높은 의료비로 가계파탄이 발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복지부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명 중 18명이 의료비 지출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직(29%), 수입감소(22%)에 이어 가계파탄의 세 번째 요인으로 지목된 것.

김 의원은 “의료비 과다에 따른 빈곤층 양산을 막으려면 본인부담 상한선제를 도입하고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준/서정환 기자 junyk@hankyung.com